'전용기 팔고 민항기 이용' 공약 이행…300여차례 비행 중 에피소드 잇따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에 오른 한 승객이 "안전하지 않다"며 이륙 직전 비행기에서 내렸다.
1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에 따르면 전날 멕시코시티에서 비야에르모사로 향하는 아에로멕시코 항공기에 탄 한 남성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탑승하는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 비행기 뒤편으로 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방 방문을 위해 기자, 수행원 등과 비행기에 오른 길이었다.
디에고 키로스 디아스라는 이름의 이 남성 승객은 승무원에게 가서 "내려야겠다. 대통령이 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승무원은 지금 내리면 다른 항공권을 사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이 남성은 개의치 않고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짐을 챙겨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대통령과 함께 탔던 기자들이 이 남성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안전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여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그러라고 전용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하기 전부터 전임 대통령이 구입한 호화로운 대통령 전용기를 팔고 자신은 여느 멕시코 국민과 마찬가지로 민항기를 타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취임 14개월 동안 지방 방문을 할 때마다 다른 승객들처럼 줄을 서고 보안 검색을 받은 후 이코노미석에 앉아 여행했다.
레포르마에 따르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303번 민항기를 타는 동안 다른 승객이 동승을 거부해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300여 차례의 비행 동안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많았다.
수행원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에게 좌석 교체를 부탁하는 일이 잦은데, 한 번은 대통령과 불편한 사이인 야당 정치인이 우연히 가까운 좌석에 배정돼 항공사 측에서 강제로 좌석을 떨어뜨려 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메리다행 아에로멕시코 비행기에서 기장이 기내 방송을 통해 대통령에게 신공항 건설 중단을 재고하라고 촉구하는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기내에서 지지자들의 애정을 확인하는 일도 많다.
이번 일과 반대로 대통령과 함께 타서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는 승객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일반 시민처럼 여행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레포르마는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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