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m 높이 빈랑나무 올라 열매 채집…회당 170원 받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남편과 사별 후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매일 수십 그루의 나무를 맨손으로 오르는 여성이 언론에 소개돼 관심을 받았다.
2일 일간 콤파스와 트리뷴뉴스에 따르면 시티 하자르(35)라는 여성은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의 빈랑자(Areca nut·베텔야자) 농장에서 수확 철이면 하루 동안 5∼10m 높이 나무 60그루에 오른다.
빈랑자는 구충제·소화제 등 약재로 쓰이며 인도네시아, 인도, 대만 등에서 씹다 뱉어 입안에 청량감을 주는 용도로 쓰인다. 이 열매에는 환각 성분과 중독성이 있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시티는 "몇 년 전 남편과 사별 후 직업 선택의 여지가 없이 나무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며 "15살, 8살짜리 두 자녀와 연로한 어머니, 지적장애가 있는 오빠를 홀로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적으로 한나절 동안 60그루의 빈랑나무에 오를 수 있다. 나머지 시간은 가족을 돌보는 데 쓴다"고 덧붙였다.
시티의 성실함이 알려지면서 3개 마을의 빈랑자 농장에서 일감이 들어온다.
그는 "수확 철에는 여러 농장에서 나무에 올라가 달라고 의뢰를 받는다"며 "평상시에도 최소 10∼20그루의 나무에 오른다"고 말했다.
높은 나무에 올라 열매를 채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1회당 보수는 2천 루피아(170원)에 불과하다. 시티가 하루 60그루의 나무에 올라도 손에 쥐는 돈은 1만원 남짓인 셈이다.
시티는 빈랑열매 수확 철이 아닐 때는 남의 논·밭에서 일해 가족을 부양한다.
그동안 다 허물어져 가는 헛간에 일가족이 살았지만, 그나마 지난해 마을 기금으로 집도 새로 지었다.
시티의 사연이 소개되자 현지 네티즌들은 "놀랍도록 강인한 여성"이라며 응원이 쇄도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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