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합의 때 EU 규정 준수 요구…영국 "EU 규칙 수용 필요없다"
(런던·브뤼셀=연합뉴스) 박대한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이 3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라 곧 진행될 양측의 미래관계 협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EU는 무역 협상과 관련, 영국이 공정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EU 기준에 동의하지 않으면 무관세, 무쿼터 협정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나 영국은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EU 규정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미셸 바르니에 EU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래관계 협상에 대한 EU 측 입장을 밝히면서 무역 협상과 관련, 이 같은 원칙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약속에 합의해야 한다"면서 "이는 사회, 환경, 기후, 세금, 보조금에 대한 우리의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런던에서 한 연설에서 "EU가 영국 규칙을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영국이 경쟁 정책, 보조금, 사회 보호, 환경 등에 관한 EU 규칙을 수용하는 자유무역협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이러한 분야에 있어 높은, 여러 측면에서는 EU보다 더 나은 기준을 유지할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조약으로 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지난주 금요일인 1월 31일 EU를 탈퇴함에 따라 양측은 내달께부터 올해 말까지 무역을 비롯해 경제 협력, 안보, 외교정책, 교통 등을 망라하는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브렉시트 후 돌아온 첫 번째 월요일부터 양측이 미래관계 협상 조건을 두고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신경전을 벌이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어업과 공정 무역을 최우선에 둘 것이며, 영국이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갖지 않도록 하는 데 특히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아무런 합의가 없는 '노딜' 상황도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취재진에게 "영국이 더 가까워지기를 원할수록, 단일시장 접근이 더 쉬울 것이지만, 공짜로 생기는 것은 없다"면서 EU 규정 준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또 EU와 맺을 무역협정과 관련, '캐나다 모델'과 '호주 모델'을 언급했다.
그는 "'딜'이냐 '노 딜'이냐의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EU가 캐나다와 체결한 것과 같은 무역관계에 합의하느냐, 아니면 호주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EU 측은 '캐나다 모델'은 관세와 쿼터 면에서는 충분하지만, 공정 무역을 보장할 규정은 너무 약하다고 본다고 AFP는 전했다.
'호주 모델'은 EU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기반한 느슨한 무역 관계를 담고 있는데 지나지 않아 밀접하게 엮인 EU와 영국 간 관계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 경우 사실상 양측간 무역협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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