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부품 재고 바닥…현대차 공장 순차 휴업·쌍용차 가동 전면 중단
기아차는 다음주 '고비'·한국GM·르노삼성차도 재고 압박 커져
자금사정 열악한 부품업계도 '불똥'…국내·동남아 공장 증산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 울산공장 일부와 쌍용차[003620] 평택공장이 4일 중국산 부품 재고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셧다운' 상황을 맞았다.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후폭풍이 국내 자동차 업계를 본격적으로 강타하면서 생산중단 등 우려했던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 휴업을 연장하는 추세여서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수습되지 않고 장기화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생산절벽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현대차 울산공장 시작, 7일 전국 공장 '셧다운'…기아차는 감산
4일 자동차 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배선 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재고 소진으로 차례로 생산중단 사태를 맞고 있다.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자동차 조립 초기, 차량 바닥에 혈관처럼 깔아야 하는 부품으로, 차종·모델에 따라 종류가 달라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는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쌍용차가 가장 먼저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문제로 '셧다운'을 선언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말 중국 공장 휴무로 와이어링 하니스의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며 4일부터 12일까지 1주일 동안 평택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실제로 쌍용차는 이날 공장 가동을 멈추고 휴무에 들어갔다. 앞서 휴무일을 12일로 발표했지만, 쌍용차는 중국 부품공장의 조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휴무 기간도 비례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 현대차도 이날부터 부품 재고 절벽에 직면했다.
현대차는 이날 아침부터 울산 5공장 1라인 가동을 멈췄다. 이 라인은 수익성이 높은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G90, G80, G70)의 3개 모델을 생산하는 곳인데,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나 가장 먼저 라인을 세웠다.
상용차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 4공장 2라인도 이날부터 11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
벨로스터와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은 5∼11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과 넥쏘를 조립하는 울산 5공장 2라인은 6∼11일 휴업한다.
또 울산 2공장(GV80,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은 7∼10일, 울산 3공장(아반떼, i30, 아이오닉, 베뉴)과 울산 4공장 1라인(팰리세이드,그랜드스타렉스)은 7∼11일 각각 공장 문을 닫는다.
울산공장 뿐 아니라 아산공장(쏘나타, 그랜저)이 7∼11일, 전주공장 트럭 라인과 버스 라인이 각각 6∼11일, 10∼11일 라인 가동을 멈춘다.
현대차는 7일 국내 모든 공장이 문을 닫는 '셧다운'을 경험한다.
이로 인한 생산 피해를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작년 2월 현대차 국내 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량이 6천224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모든 공장이 평균 5일 휴무하면 3만대가량의 생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5일 간 조업을 전면 중단하는 경우 6천억∼7천억원 수준의 생산 차질을 빚는 것으로 추산한다.
기아차도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문제 등으로 생산 감축을 실시하는 등 생산량 조정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는 재고 상황이 나아 이번주까지는 생산 중단 등 조치는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아차 역시 이번 주가 지나면 재고 소진으로 생산라인 가동 중단 가능성이 크다.
지난 주말 국내공장에서 특근을 모두 취소한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차는 "부품 재고나 공장 정상가동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회사 역시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부품 재고 압박이 심해져 생산 차질 등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업계, 장기화 우려…국내 부품공장 '풀 가동'·동남아 증산 협의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번 사태 장기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현재 공지대로 중국의 공장들이 9일까지만 휴무하고 이후 조업을 재개한다면 이번 사태 여파가 제한적이겠지만, 휴무를 재연장하거나 조업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국내에도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와이어링 하니스는 원가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해 들여오고 있다"며 "중국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당장 대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 공장 휴업으로 부품 납품이 중단되는 협력업체들도 걱정이 크다.
현대차는 1차 밴더만 360여개에 이른다. 2·3차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이번 사태로 부품 생산·공급을 조절해야 하는 업체 규모는 몇 배 더 늘어난다.
협력업체들은 적기공급생산(Just In Time·JIT) 시스템인 자동차 산업 특성상 납품할 제품을 미리 생산할 수도 없어 임금과 설비 유지비 등 고정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1차 협력업체와 긴밀히 협의하며 대안을 찾고 있다.
현대차에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하는 1차 협력업체 유라코퍼레이션과 경신은 국내에 공장이 있고, 베트남 등 동남아에도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이들과 국내 공장을 풀(full) 가동하고, 동남아 공장을 활용하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부품 조달을 확대하고, 협력업체의 중국 생산 재개시 부품 조달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도록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시원하게 재고 문제를 해결할 정도의 부품 공급은 불가능하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동남아 공장의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포석 성격도 있다.
와이어링 하니스뿐 아니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다른 자동차 부품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 사태는 특정 부품의 수급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전체 공장이 문을 닫고 생산을 중단하면서 생긴 문제"라며 "당장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없어 문제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부품 공급 문제로 국내 공장 가동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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