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동성애 커밍아웃' 연방판사 데보러 배츠 별세

입력 2020-02-04 14:26  

미국 최초 '동성애 커밍아웃' 연방판사 데보러 배츠 별세
"나는 엄마이고 레즈비언이다" 고백…"모든 면서 선구자였다" 애도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최초의 연방 판사인 데보러 배츠가 3일(현지시간) 72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은 이날 배츠가 별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콜린 맥마흔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수석판사는 성명을 통해 "데보러 배츠는 모든 면에서 선구자였다"며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흑인 여성으로, 연방 검사와 법학 교수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후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배츠는 법원 업무에 헌신한 점, 다양한 배경에서 온 젊은 법조인들에게 멘토가 돼준 점, 전염성 있는 미소와 특출난 협조력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배츠는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연방 판사로 취임했다.
임명 절차가 진행될 당시에는 그가 레즈비언이라는 점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배츠는 그 즈음 '뉴욕 로 저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시 '동성애자 판사'로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는 엄마이고, 아프리칸 아메리칸(아프리카계 흑인)이며, 레즈비언이다"고 밝혔다.
1972년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배츠는 뉴욕 소재 로펌인 '크레바스 스웨인 앤 무어'에서 근무하다가 1979년부터 연방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84년에는 포담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됐으며 1990년 이 대학 종신 교수가 됐다.
맥마흔 수석판사는 배츠가 법원에 기여한 가장 큰 성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사법 당국의 감독하에 사회 복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가석방 기간을 줄여주는 프로그램을 관리한 점을 꼽았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의 전 변호인 마이클 아베나티의 횡령 혐의에 관한 재판 진행을 앞두고 있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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