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실시지역 갈수록 줄어…일반투표 방식 프라이머리와 대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이자 표심을 가늠할 '풍향계'로 인식돼온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의 위상이 민주당의 '결과 발표 지연 참사'로 흔들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집계 과정에서 보고 시스템의 앱 운용 오류로 결과를 곧바로 발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는 기기 오류라는 하드웨어 문제가 자리잡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코커스의 폐쇄성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제도 존립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커스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 함께 공화·민주 양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대의원을 뽑는 제도다.
대의원 선출 방법은 각 주(州)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이는 주법과 양당의 주 당규, 전국위원회 규정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만 코커스는 당원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라이머리보다 상대적으로 비민주적이고 폐쇄성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커스는 당원들이 특정 시간에 공공장소에 모여 토론한 뒤 자신을 대변할 대의원을 공개적 투표로 선출하는 제도다.
원래 정당 간부나 의원들이 모여 공직선거 후보자를 뽑는 '간부회의'였다. 지금은 전국 전당대회에 파견할 각 주의 대의원을 뽑는 당원대회를 뜻한다.
이와 달리 프라이머리는 당원 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도 참여할 수 있다. 누구나 등록만 하면 투표할 수 있다.
또한 지지 그룹 형성 등 공개적인 절차와 토론 없이 일반 선거처럼 정해진 장소에서 개인이 비밀 투표하면 된다.
이런 점에서 코커스는 '그들만의 리그' 성격이 크고 선거 캠프의 조직력이 중요하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커스는 원래 규모가 작은 주에서 사용되는 정당 구성 메커니즘으로 고안됐다"며 "대선 주자들에게는 조직력 테스트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민주주의에서 또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아이오와 코커스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 비해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년 간 여러 논쟁으로 얼룩졌다고 전했다.
2012년에는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가 릭 샌토럼 후보를 8표 차로 이긴 것으로 발표됐으나 재검표 결과 샌토럼이 롬니를 34표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2016년에는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니 샌더스 후보가 초접전 끝에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힐러리가 이겼다.
하지만 양측이 득표 동률을 이룬 일부 선거구에서 동전 던지기로 승부가 결정되는 등 전근대적인 방식이 동원돼 샌더스 지지자들이 1위를 강탈당했다며 반발했다.
이런 여러 한계 때문에 코커스를 채택하는 지역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코커스를 도입한 지역은 아이오와 외에 네바다와 와이오밍 등 일부 주에 불과하며 미국령은 4곳이 있다. 이는 2016년 본토 11개주가 코커스를 치른 것에서 줄어든 것이라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미 전국적으로 아이오와 코커스의 대표성도 지적된다.
WP는 "아이오와의 인구통계와 작은 규모에 비춰볼 때 이 주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농업이 주된 산업이고 백인층이 전통적으로 많아 소수민족 인구가 적은 아이오와가 미 전역의 다양한 인구·산업 분포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에서도 아이오와 코커스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고 CNN은 전했다.
대선경선 후보이기도 한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나는 그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딕 더빈 상원 원내총무는 코커스 방식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는 투표에 대한 기본적인 감정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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