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거성 죽음 앞당긴 쌍성계 '별들의 싸움'

입력 2020-02-05 20:01  

적색거성 죽음 앞당긴 쌍성계 '별들의 싸움'
흡수하려던 짝별 '저항'에 주별 표면 물질 더 빨리 날아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별도 인간처럼 시간이 흐르면 죽음을 맞는다.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별들은 수소 연료를 모두 태우고 나면 더 밝고 큰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올랐다가 껍데기는 모두 날아가고 핵만 남은 백색왜성이 되며, 이후 천천히 식어 더는 빛을 내지 못하는 암체로 일생을 마감한다.
이런 죽음의 과정이 짝별에 의해 극적으로 앞당겨진 특별한 별이 관측돼 학계에 보고됐다.
켄타우루스자리에 있는 쌍성계인 'HD 101584'가 주인공으로,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른 주별이 인근에 있던 질량이 적은 짝별을 흡수하려 했다가 이 짝별이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소용돌이를 일으켜 주별의 표면 물질을 행성상 성운으로 날려버림으로써 죽음만 앞당기는 셈이 됐다.
유럽남방천문대(ESO)에 따르면 스웨덴 샬머스 공대의 천문학 교수 한스 올로프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전파망원경 배열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집합체'(ALMA)와 '아타카마 패스파인더 익스페리먼트'(APEX)를 이용해 이를 관측했다.
연구팀은 HD 101584에서 일어난 일이 별들의 싸움과 유사하다고 했다.
주별이 부풀어 올라 짝별을 흡수하려 하자 짝별이 안쪽으로 휘돌며 파고들어 충돌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주별의 표면 물질을 행성상 성운으로 날려버리고 핵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 두 별 간의 싸움처럼 비쳤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HD 101584의 가스 구름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은 짝별이 주별 안쪽으로 소용돌이치며 파고들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가스가 분출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가스 분출은 이미 분출된 물질 사이를 뚫고 지나가면서 가스 고리를 형성해 주변 성운에서 청색과 적색 부분으로 표출돼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소피아 람스테트는 "현재 태양과 같은 별에 공통적인 죽음의 과정은 규명돼 있지만 정확히 왜, 어떻게 그런 과정을 겪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HD 101584는 자세히 규명된 진화 단계 사이의 짧은 과도기에 있어 퍼즐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HD 101584 관측을 통해 이전 단계의 적색거성과 표면 물질이 날아가고 곧 드러나게 될 핵만 남은 백색왜성 간의 연결고리를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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