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캐세이퍼시픽, 전 임직원에 "무급휴가 3주 떠나라"

홍콩 캐세이퍼시픽, 전 임직원에 "무급휴가 3주 떠나라"
신종코로나 확산에 현금 고갈 위험…CEO "금융위기 못잖은 위기"
홍콩 정부, 공무원 재택근무 연장하고 입경 통제 강화할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홍콩 최대 항공사가 전 임직원에 3주 무급휴가를 요청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캐세이퍼시픽의 오거스터스 탕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에서 "회사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탕 CEO는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며, 현금을 보존하는 것은 이제 우리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며 "모든 임직원이 회사의 미래를 돕기 위해 나설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통상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은 홍콩 항공사의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이지만, 탕 CEO는 "춘제 연휴 때 우리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캐세이퍼시픽은 전 임직원에게 3월부터 6월 사이에 자발적으로 무급휴가를 떠날 것을 요청했다. 형식상으로는 자발적인 휴가이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을 생각하면 사실상의 의무 휴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세이퍼시픽의 임직원 수는 2만7천여 명이다.
캐세이퍼시픽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가를 실시한 것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때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다.
한 소식통은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최근 캐세이퍼시픽의 승객 수가 50% 급감했다고 전했다.
캐세이퍼시픽은 승객 수 급감에 따라 중국 본토 운항 노선의 90%를 감축하고, 전반적인 운항 노선 규모도 30% 줄이기로 했다.
캐세이퍼시픽은 2003년 사스 대유행 때도 운항 노선을 45% 감축하고, 여객기 22대의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한편 홍콩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명령한 재택근무가 오는 16일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SCMP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에서 신종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중국 본토인의 입경을 더욱 통제하는 대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전날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39세 남성이 숨져 홍콩 내 첫 신종코로나 사망자로 기록된 데 이어 하루 새 3건의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해 홍콩 내 확진 건수는 총 18건으로 늘었다.
지난 3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전만 검문소와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 등 2곳을 제외하고 중국 본토와 연결되는 모든 검문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중국과의 접경을 전면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를 요구하는 공공의료 노조의 파업도 지난 3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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