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입의존도 87%…국내공장 풀 가동해도 20∼30%만 대체
특별연장근로 등 재고확보 '총력전'…램프·윈도 모터 등 부품 수급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로 중국산 부품 수급이 중단되면서 국내 자동차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현대차[005380]와 쌍용차[003620]를 시작으로 르노삼성차까지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게 만든 부품은 배선 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의 각종 장치·부품에 전력을 공급하고 신호를 제어할 수 있도록 전선과 신호 장치를 묶은 부품이다. 차량에서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조립 과정에서도 가장 초기에 차체 밑바닥에 설치한다. 와이어링 하니스를 하나하나 펴서 깔고 바닥을 덮은 뒤에야 시트 등 각종 부품을 얹어 조립을 진행할 수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3만개 부품이 모두 중요하지만, 와이어링 하니스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다른 부품 조립도 어려워 생산라인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없다.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재고 관리가 어려운 제품으로 꼽힌다.
차종·모델에 따라 배선 구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같은 차종에서도 트림(등급) 별로 다른 와이어링 하니스를 쓰기도 한다. 호환이 불가능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하는 1차 협력업체들은 인건비 등 원가절감을 위해 주력 생산 공장을 모두 중국으로 옮긴 상태다.
경신, 유라코퍼레이션, 티에이치엔(THN) 등 현대차에 이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나 쌍용차에 납품하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 등이 모두 같은 상황이다.
이들 협력업체는 중국 당국이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제(春節·설) 연휴를 이달 2일까지로 늘린 데 이어 9일까지 휴업을 재연장하자 중국 내 생산이 원천 중단됐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면 10일 이후 공장 가동이 가능하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국공장 생산 재개가 더 늦어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당장 현대차는 11일까지, 쌍용차는 12일까지 휴업을 확정했지만, 중국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휴업 일정을 연장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이번 주가 지나면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알려진 기아차와 11일께부터 2∼3일 공장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르노삼성차, 한국지엠(GM) 역시 국내 공장 '셧다운'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비상이다.
1차 협력업체들은 국내 공장을 풀(full) 가동하고 동남아 등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신 관계자는 "이르면 10일 중국 공장 가동을 기대하면서 최대한 빨리 정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경주·송도·화성·군산 등 국내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고 캄보디아와 인도공장에서 물량을 백업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THN 직원은 "중국산 공급이 끊기며 서울에서 사무직까지 다 공장으로 내려와 생산라인을 최대한 돌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국내·국외 공장을 최대한 가동해도 중국 생산량의 20∼30%밖에 대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와이어링 하니스의 87%는 중국산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른 부품의 수급 문제도 우려된다.
지금은 와이어링 하니스 문제가 부각돼 있지만, 전체 자동차 부품 수입액의 31%가 중국산임을 감안하면 다른 부품도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실린더 헤드 커버, 외장 램프, 윈도 모터 등 중국에 주요 공장을 둔 상당수 부품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 절벽 상황에 부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는 국내 공장에서 총력 생산 채비를 갖추고 정부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신청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4일 오후 6시까지 총 11개 업체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1곳이 자동차 부품 업체라고 밝혔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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