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694명 입경 확인"…고궁박물원 문 닫고 전면 소독
지난달 확진자 탔던 다른 크루즈선 승객 하선도 거부…3천600명 홍콩서 선상대기
(선양·타이베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대만을 방문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대만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크루즈 여행객들이 관광지에 한꺼번에 몰려가면서 자칫 대량 감염 사태로 이어지거나 통제를 벗어난 개별여행으로 원거리 감염 가능성 마저 빚어졌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자유시보 등 대만매체는 6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가 지난달 31일 수도 타이베이(臺北)와 인접한 지룽(基隆)항에 정박할 당시 승선자 2천694명이 대만에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0일 일본 요코하마(橫浜)를 출항해 홍콩과 동남아·대만을 거쳐 이달 3일 일본으로 되돌아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중 확진자가 지금까지 2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선상 격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7시에 입항해 당일 오후 6시께 떠났으며, 대만에서 고궁박물원, 중정기념당, 룽산쓰(龍山寺), 충렬사(忠烈祠) 등을 둘러보고 한 호텔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여행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일본인이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만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다른 관광지를 방문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항무공사(TIPC) 측은 입경 당시 검역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고궁박물원은 5일 하루 휴관하고 전면 소독을 실시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이곳은 신종코로나가 본격 확산된 지난달 23일부터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객 등의 체온을 검사하고 시설소독을 해왔다는 게 박물원 측 설명이다.
또다른 관광지인 신베이의 주펀(九?)도 5일 저녁 전면 소독을 실시했다. 주펀은 '야경 명소'로 유명한 데 한 상인은 소독 당일에는 작업관계자 외에는 거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만 보건당국은 6일부터 본토 중국인의 대만 방문을 잠정 금지하고, 중국·홍콩·마카오를 여행한 대만인은 2주간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당국은 또 7일부터는 14일 이내에 중국·홍콩·마카오에 간 적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입경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국 내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2만8천여명, 사망자가 563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대만에서는 13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이러한 가운데 대만 당국은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탑승했을 것으로 우려되는 또다른 크루즈선 승객들의 하선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홍콩매체 명보는 승객과 직원 등 3천600여명을 태운 크루즈선 '월드 드림' 호가 지난 4일 대만 가오슝(高雄)에서 하선을 거부당했고, 5일 오전 홍콩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로 돌아온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배는 지난달 19~24일 승객 4천여명을 태우고 광저우 난사(南沙)항을 출발해 베트남을 다녀온 바 있는데, 이 여행을 갔던 사람 중 8명이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안전상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선박배 안에 있는 승객들은 2일 홍콩에서 출발했으며 3일 대만 지룽(基隆)에 입항해 몇시간 체류했다.
하지만 대만 당국은 지난달 24일 이후 아직 최장 잠복기(2주)가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후 가오슝에서의 하선을 허가하지 않았다.
홍콩 보건당국 조사 결과 5일 저녁까지 직원 33명이 호흡기 감염증상이 있다고 호소했고, 이 중 3명은 열이 났다고 밝혀 병원으로 이송·격리됐다. 이들에 대한 샘플 조사 결과 32명은 음성이었고, 1명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직 검역이 끝나지 않아 승객과 직원들은 배에 머물고 있으며, 잠복기인 2주간 이들을 선상에서 격리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배에 있는 승객 1천800여명 가운데 90%는 홍콩인이며 중국인은 없다고 명보는 전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5일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 등에서의 출입경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콩당국은 이와 별도로 확진자와 함께 지난달 19~24일 이 배를 탔던 승객 중 홍콩에서 내린 206명에 대해 추적조사 중이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