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렐라 대통령, 일선 학교 '깜짝 방문'…중국과의 연대 의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표면화한 중국 혐오 정서를 차단하느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78)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사전 예고 없이 로마 중심가에 있는 다니엘레 메닌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교는 중국계 학생 비중이 꽤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교원과 학생들 모두 놀랐다고 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교실을 찾아 학생들과 악수를 하고 학생들이 이탈리아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를 덜고 중국을 향한 우정과 연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내포된 '깜짝 방문'이라고 전했다.
주이탈리아 중국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마타렐라 대통령의 학교 방문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도 이날 취재진에 중국인을 겨냥한 차별적 행위를 재차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콘테 총리는 중국계 학생들을 수업에서 배제하고 그들을 괴롭히는 등의 차별을 가하는 것은 "완전히 어리석은 짓"이라며 "바이러스 감염은 인종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더불어 이탈리아 현지에선 중국계를 포함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이 노골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로마의 유명 음악학교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이 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한국·일본·중국계 학생들에 대해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의료 확인서를 제출할 때까지 수업 참석을 전면 금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손님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는 중국계 상점도 부지기수다. 일부 중국계 상점은 이탈리아인을 임시 주인으로 내세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잔니 루피니 국제엠네스티 이탈리아 지부장은 로이터 통신에 "이탈리아에 '시노포비아'(중국인 혐오증) 물결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 중국계 이탈리아인, 아시아인은 누구든지 간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에는 약 31만명의 중국계 교민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한 해 이탈리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00만명에 달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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