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산·인력확보·수송은 물론 국내생산·대체수입도 '난항'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국의 전체 자동차 부품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달한다. 한국에 수입되는 자동차 부품 3∼4개 중 1개는 중국산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7일 외교부터 통관, 자금, 특별근로연장, 연구개발(R&D)을 아우르는 긴급 지원대책을 발표한 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자동차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자동차 부품의 대(對)중국 수입은 2015년 13억달러에서 지난해 15억6천만달러로 20.0%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부품 수입액에서 대중국 수입액의 비중은 2015년 25.4%에서 29.1%로 확대됐다.
수입 품목은 와이어링 하니스(전선), 조향장치(핸들), 에어백 등 모두 150여종에 달한다.
대부분 노동 집약적 부품이나 단순 가공 부품으로 국내 자동차업계가 원가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해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현재 중국에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와 동반 진출한 1·2차 협력기업 170여개사의 300여개 공장이 있다.
중국은 신종코로나가 확산하자 애초 지난달 31일까지인 춘제(春節·중국의 설) 휴무 기간을 9일로 연장했다.
중국의 공장들이 9일까지만 휴무하고 이후 조업을 재개한다면 신종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휴무를 재연장하거나 조업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대중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중국 소재 부품기업이 생산을 멈추면서 재고 부족으로 현대차[005380](4∼11일 공장별 순차적 휴업)와 쌍용차[003620](4∼12일 휴업)가 생산을 감축한 상황이다.
자동차의 혈관으로 불리는 핵심 부품이자 대중 의존도가 높아 이번 사태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와이어링 하니스의 경우 현대차는 중국 내 39개 한국 부품협력사, 쌍용차는 중국 산둥성 소재 독일계 부품기업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으로부터 납품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휴업으로 부품협력사인 현대모비스[012330] 울산공장(5∼11일), 금호타이어[073240] 3개 공장(광주·평택·곡성) 공장(8∼9일)도 줄줄이 가동을 멈췄다.
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재개하려면 지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가동을 한다고 해도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마스크, 손 소독제 대량확보 등 방역 조건을 맞추기가 녹록지 않다.
공포감으로 인해 다수 근로자가 출근을 거부하고 있고 추가 임금을 지급한다며 인력을 모집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산부품이 수송에도 각종 어려움이 남아 있다.
운송기사가 복귀하지 않거나 국도 폐쇄 등으로 주요 지역 진·출입이 통제돼 있어 춘제 이후에도 당분간 차량수송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해상운송은 중국의 항만 조업 인원 감축으로 물동량 처리가 늦어지고 있고, 항공 역시 여객기는 물론 화물기도 운항이 축소되는 추세다.
대중 수급에 차질이 생긴 부품은 국내 생산이나 제3국 대체수입으로 막고 있다.
하지만 국내생산 물량이 급증하면서 업체의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한 자동차부품업계는 6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직원들이 밤새워 부품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면 바로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긴박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1천명의 근로자가 있는 한 기업은 대체생산을 위해서는 2천명을 추가 채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체생산을 위한 운영자금과 설비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것 역시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와이어링업계는 국내 생산을 위한 운영자금과 생산투자자금으로 1∼2개월 내 기업당 70억원의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다른 부품업체도 기업당 평균 10억∼20억원의 자금이 들 것으로 봤다.
중국 외 제3국으로부터의 부품 대체 수입의 경우 설비투자와 물류비용 부담이 지적됐다.
정부는 중국 현지부터 국내 생산, 제3국 대체수입에서 발생하는 각종 어려움을 점검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방위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7일 신종코로나 대응 경제장관회의에서 '신종코로나 관련 자동차 부품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외교·통관·자금·특별연장근로·R&D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종코로나가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