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의심자 샘플 7천㎞ 밖에서 검사…대규모 창궐 우려
매일 중국인 관광객 1천명 입국…"일부지역 위험에 벌거벗은 상태"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인구가 약 12억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아직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보건 인프라가 열악해 대규모 창궐 위험이 특히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신종코로나 진단을 할 수 있는 시설은 단 6곳에 불과하다.
지난달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발병 의심 환자가 나왔을 때 의료진들은 샘플을 약 7천㎞나 떨어진 프랑스 파리의 연구실에 보내야만 했다. 신종코로나 진단이 가능한 연구소 중에선 그나마 제일 가깝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말부터 아프리카 20개국에 신종코로나 감염 의심 사례 수십 건에 대해 경고했지만, 현지에선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시설과 전문적 훈련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과 아프리카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한 점 역시 대규모 감염 사태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약 100만명의 중국 국적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매일 약 1천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아프리카로 날아 들어오고 있다.
신종코로나 확산세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미국과 프랑스 등에선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처럼 엄격하게 조처하는 편은 아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우한을 제외한 중국 4개 도시를 향하는 항공편을 1주일에 17편이나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에볼라와 홍역 등 다른 질병과도 사투하고 있는 점도 신종코로나 발병 사태 가능성을 키운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에볼라와 홍역이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퍼지기 시작하면 이 같은 곳의 의료자원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게 돼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발표한 "생물학적 위험"에 잘 대비된 국가 순위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체 195개국 중 대체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대륙 서부에 자리한 적도 기니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4∼2016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약 1만1천명이 사망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계보건정책 담당 부서장인 스티븐 모리슨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아직 코로나바이러스가 쏜살같이 퍼질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유로 신종코로나 발병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날 아프리카 15개국의 의료진들은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모여 신종코로나 진단 관련 비상 워크숍에 참석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번 주말까지 아프리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24개국에 진단 장비가 제공될 계획이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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