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망명한 알쿠눈…"자유로운 여자가 됐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남자 가족의 학대와 억압을 이유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탈출'해 캐나다로 망명한 사우디 여성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9)이 자신의 트위터에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올려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알쿠눈은 지난달 26일 트위터 계정에 니캅(눈만 드러내고 온몸을 검은 통옷으로 가린 이슬람 여성의 복식)을 입은 사진과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나란히 게시했다.
그러면서 "내 삶의 가장 큰 변화다. 강제로 검은 옷을 입고 남성의 통제를 받다가 자유로운 여자가 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우디를 떠난 지 1년이 된 지난달 6일에는 트위터에 "내가 자유로워진 지 꼭 1년이 됐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나는 다시 태어난 것 같다. 눈으로 볼 수 없어도 언제나 희망은 있다"라고 적었다.
알쿠눈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우디의 관습을 피한다면서 호주로 망명하기로 결심하고 지난해 1월 6일 쿠웨이트를 거쳐 경유지인 방콕에 도착했다.
그러나 가족의 신고를 받은 사우디 당국의 추적으로 그는 여권을 압수당하고 방콕 공항 내 호텔에 억류됐다. 태국 당국이 사우디로 강제송환하려 하자 그는 가구로 호텔 방문을 막은 채 트위터로 국제기구에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연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었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그의 신병을 인도해 강제 송환 위기를 넘겼다.
나흘 뒤인 1월 10일 캐나다 정부가 나서 알쿠눈을 난민으로 인정해 망명을 받아들인 덕분에 그는 캐나다에 정착할 수 있었다.
알쿠눈의 비키니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알려지면서 그의 트위터에서 '댓글 논쟁'이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세상엔 당신과 같은 이가 더 많이 필요하다. 당신은 믿을 수 없이 용감한 행동을 했다"라고 칭찬했다.
아랍어를 구사하는 다른 네티즌은 "몸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은 자유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남자들은 당신의 노출된 살을 보면서 성욕을 느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네티즌은 알쿠눈에게 심한 욕설과 조롱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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