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무죄로 끝낸 트럼프, '눈엣가시' 빈드먼 중령 백악관서 축출
쌍둥이 형제도 NSC서 쫓겨나…'양심 증언' 당국자 줄줄이 불이익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하원의 탄핵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불리한 증언을 한 육군 중령이 1년반 동안 파견돼 근무하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쫓겨났다. NSC에서 일하던 쌍둥이 형제도 덩달아 쫓겨났다.
미 정치권은 탄핵심판서 '무죄'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의 보복'에 나서는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원의 탄핵 추진 과정에서 증인으로 소환된 여러 당국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은 바 있으며 이 중령은 그중 가장 상징적 인물로 꼽혀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하원 탄핵 청문회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증언을 내놓은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을 NSC에서 내보냈다고 빈드먼 중령의 변호사를 인용해 전했다.
빈드먼 중령의 변호사는 빈드먼이 이날 백악관 밖으로 나오도록 안내받았다면서 "모든 미국인의 마음에 이 남자의 업무가 왜 끝났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을 것이다. 빈드먼 중령은 진실을 말했다가 떠나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빈드먼 중령이 국방부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NSC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빈드먼 중령의 쌍둥이 형제 예브게니 역시 이날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예브게니는 다음주초 육군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어디로 배치될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빈드먼 중령의 하원 증언으로 인한 불똥이 증언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쌍둥이 형제에까지 튄 셈이다.
앞서 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빈드먼 중령을 NSC에서 쫓아낼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날 중으로 빈드먼 중령에게 통보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빈드먼 중령 역시 이미 NSC 고위 당국자들에게 조기에 파견을 종료하고 이달 말까지는 현재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빈드먼 중령을 빨리 쫓아내는 쪽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빈드먼 중령의 거취와 관련해 "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보복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문가인 빈드먼 중령은 2018년 7월부터 NSC에 파견돼 근무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에 이뤄진 작년 7월 문제의 전화통화를 직접 배석해 들은 당국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하원 증언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NSC 법률팀에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빈드먼 중령은 하원에 출석하면서 군복을 갖춰 입고 이라크전에서 폭탄 공격으로 부상해 받은 퍼플하트 훈장도 달고 나와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빈드먼 중령에 대한 보복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빈드먼 중령의 NSC 파견이 강제 종료되면서 사실상 탄핵 추진 과정에 양심을 걸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이 줄줄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빈드먼 중령 말고도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등 여러 당국자가 하원 탄핵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법한 '양심 증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심판이 무죄로 마무리된 후 민주당의 탄핵 시도를 맹비난하며 재선가도를 위한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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