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올해 트럼프 외교정책은 모두 정치, 재선셈법 작동"

입력 2020-02-08 07:34  

"대선 앞둔 올해 트럼프 외교정책은 모두 정치, 재선셈법 작동"
WP 칼럼 "국정연설에 언급된 외교 이슈들도 재선캠페인 맞춤형"
"대선 다가올수록 위험 회피적…'나쁜 행위자'들엔 기회될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4일 밤 국정연설에는 대선이 있는 올 한해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선의 정치학'이 그대로 투영될 것이라는 시사점이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든 국정운영이 궁극적으로 11월 3일 대선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로 수렴되면서 주요 외교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데도 재선 셈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위험을 덜 떠안으려 할 것이고 이는 자칫 '나쁜 행위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모두 정치이다. 정책은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에 어떠한 시사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의 2020년 외교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실제 정책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주요 외교 정책적 시도 대부분은 수명을 다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1월의 유권자들이 그의 레토릭(수사)과 이 세계의 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연설에서 언급된 외교 이슈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정교하게 맞춰져 있었다고 로긴은 주장했다. 로긴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는 성공이 아닌 것들에 대해 성공을 주장하며 실패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시한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그는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긴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이 등장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곧 있을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내세웠지만, 올해에는 북한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대표적인 외교정책의 한 수(gambit)인 북한 문제가 완전히 현재 교착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리더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를 자축한 것 외에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긴은 지적했다.
로긴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제'에 토를 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전략 수정을 거부한다면 결국 트럼프팀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 정치적으로는 타당할 수도 있지만, 그러는 사이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로긴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더 위험 회피적으로 될 것이며, 이 세계를 둘러싼 현실을 더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나쁜 행위자들 입장에서는 이용할 것이 틀림없는 기회"라고 꼬집었다.
로긴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국정연설 현장에 '깜짝 초대'한 것이나 국정연설 도중 '친(親) 이스라엘'이라는 평가를 받는 중동 평화안을 언급한 것 역시 대선용 포석의 예로 꼽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축출 시도가 거의 실패한 만큼, 과이도는 미국 입장에서는 실패한 정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라티노(라틴 아메리카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반(反) 마두로 성향이 강한 점에 비춰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남부 플로리다 민심을 공략한다는 측면에서는 정치적으로는 좋은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임하며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것을 반대해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최종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전선이 더 선명해질 것이라는 득표 셈법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중동 평화안 역시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지만, 중동평화안의 친 이스라엘 색채는 유대계 후원자들을 견인할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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