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드먼 중령, 상관에게서 끔찍한 평가 받아…한마디로 아웃"
빈드먼 중령 측 "대통령 언급은 허위…인사기록·탄핵기록과 상반"
NYT "트럼프, 공화당 상원의원들 만류에도 손들런드 대사 해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하채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원 탄핵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증언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을 백악관에서 내보낸 조처를 정당화하면서, 빈드먼 중령의 축출을 '보복'이라고 비판한 언론 보도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미국동부 현지시간) 트윗에서 "가짜 뉴스 CNN과 MSNBC는 내가 빈드먼 '중령'을 대단하다고만 여겨야 하는 것인 양 계속 얘기한다"고 불평했다.
'가짜 뉴스'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을 공격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그는 "나는 빈드먼을 모르고 얘기한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그는 매우 반항적이고 나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완벽한 통화' 내용을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빈드먼이 직속 상관으로부터 끔찍한 평가를 받았다며 "그의 상관은 빈드먼이 지휘체계에 집착하면서 정보를 누설하는 등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진술했다"고 한 뒤 "다른 말로 하면 '아웃'(Out)"이라고 적었다.
앞서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 조사·청문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빈드먼 대령을 백악관에서 내보냈으며, 고든 손들런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를 본국으로 소환, 대사직을 박탈했다.
빈드먼 중령의 쌍동이 형제 예브게니는 탄핵 청문회 증인이 아니었는데도 동시에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2018년 7월부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파견 근무 중이던 빈드먼 중령은 작년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에 이뤄진 통화를 직접 배석해 들은 당국자 중 처음으로 작년 11월 하원 증언에 나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 수사를 종용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의 탄핵 심판 이틀만에 탄핵 청문회의 핵심 증인들에게 '보복' 인사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빈드먼 중령의 행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해고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빈드먼 중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에서 유엔 주재 정무 특임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프레스먼 변호사는 "오늘 아침 대통령이 빈드먼 중령에 관해 내놓은 일련의 언급은 명백하게 허위다"라며 "대통령의 언급은 빈드먼 중령의 인사 기록이나 대통령 자신도 잘 아는 탄핵 과정 기록 전체와도 상반된다"고 밝혔다.
빈드먼 중령과 손들런드 대사는 백악관 측에 조기 사임 의사를 알렸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들런드 대사에 대해 공화당 상원의원 4∼5명이 해임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경질을 강행했다고 NYT가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전 콜린스, 토미 틸리스, 마사 맥샐리, 론 존슨 등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역풍을 고려할 때 손들런드 대사에게 뜻대로 사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백악관에 전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빈드먼 중령과 같은 날 손들런드 대사를 방출했다는 것이 드러나기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들런드 대사와 빈드먼 중령 외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유럽·러시아 담당 특별보좌관인 제니퍼 윌리엄스는 최근 조기 전보를 요청해 백악관을 떠났으며, 윌리엄 B 테일러 2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직무대행 등 다른 탄핵 청문회 증인들은 최근 '조용히' 사임했다.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기 전 경질됐다.
이 가운데 요바노비치와 테일러는 인터뷰와 책으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한 추가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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