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종족 주민들 간 다툼이 집단 패싸움으로 번진 듯"
"보복 두려워한 소수종족 수백명 이웃 키르기스로 이동 시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 남부 잠빌주(州)의 여러 마을에서 7일 서로 다른 종족에 속한 1천여명의 주민들이 집단 패싸움을 벌여 8명이 숨지고 130여명이 다쳤다고 카자흐 당국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은 7일 저녁 키르기스스탄과 접경한 잠빌주 코르다이 지역의 마산치, 아우카티, 볼란바티르 마을 등에서 일어났다.
먼저 마산치 마을에서 70여명의 주민이 패싸움을 벌이다 인근 아우카티와 볼란바티르 마을 주민 300여명이 가세하면서 대규모 패싸움으로 번졌다.
난동자들은 패싸움 과정에서 30여채의 가옥과 15개 상점, 20여대의 차량 등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싸움을 벌이던 주민들은 출동한 경찰에도 철제 물건과 돌을 던지고 사냥총 등을 쏘며 강하게 저항했다.
난동에 가담한 주민들은 이후 1천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8일 브리핑에서 "전날 패싸움으로 8명이 숨지고 경찰관 2명을 포함해 4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반면 현지 보건부는 모두 137명이 부상해 37명이 입원했고, 그 가운데 9명이 중태라고 전했다.부상자 가운데는 총상을 입은 사람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9일 "병원에 입원했던 부상자 2명이 사망하면서 희생자가 10명으로 늘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패싸움에 가담한 47명을 체포해 '폭동'과 '살인'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패싸움의 발단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둔간족이 대다수인 마산치 마을에서 경찰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현지 주민을 연행하려 한 데 대해 이 주민의 친척들이 돌을 던지며 저항하자 뒤이어 다른 종족 주민들이 몰려와 마산치 마을 집들을 방화하고 총을 쐈다는 주장이 나왔다.
둔간족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중국 북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계 무슬림 소수 종족이다.
둔간족 남성이 연장자인 카자흐스탄 남성을 때리면서 패싸움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카자흐스탄에는 100개 이상의 민족과 종족이 어울려 살고 있다.
베르디벡 사파르바예프 부총리는 이날 대규모 패싸움은 순전히 일상적인 다툼에서 비롯됐고 종족 간 갈등 때문에 빚어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선동자들이 종족 간 분쟁으로 싸움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카자흐스탄 내무차관 알렉세이 칼라이치디는 9일 기자들에게 앞서 지난 5일 발생한 주민들 간의 자동차 주행 시비가 대규모 난동의 발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주민들이 도로에서 서로 길을 양보하지 않은 것이 시비가 돼 주먹다짐이 벌어졌으며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소식이 전파되면서 양측 청년들이 가세해 집단 패싸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사파르바예프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수습 정부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잠빌주 주정부는 코르다이 지역에 8일 오후 9시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난동 사태 이후 잠빌주와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려는 현지 주민 수백명이 국경 지역으로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둔간족 주민들이 카자흐족의 보복을 우려해 국경을 넘어 피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난동 지역에 경찰과 국가근위대 병력을 대규모로 배치해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자흐 총리실은 현재 코르다이 지역 마을들의 상황은 안정적이며 당국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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