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5년 만에 세수가 펑크나면서 정부의 재정 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지난해 세입·세출 실적에 따르면 국세 수입은 293조5천억원으로 정부 예산 294조8천억원보다 1조3천억원이 덜 걷혔다. 기업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약 7조원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5년부터 이어진 세수 호황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특히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은 해마다 계획보다 10조∼25조원 세금이 더 걷혀 재정 확대의 부담을 덜었으나 이런 호재를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국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는 세수 감소 폭이 더 커질 전망이어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재정 확대 기조 유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복지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를 2.4%로 잡았지만, 신종코로나 사태로 수출과 내수 등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으면서 지난해 수준(2.0%) 달성도 쉽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이 봇물이 터지듯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제전문가 2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나왔다. JP모건체이스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고,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5%에서 1.5%로 대폭 끌어내렸다. 저성장은 세수 부진으로 직결된다. 정부는 이미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 세수 감소 등으로 올해 국세가 지난해보다 약 0.9%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실적 악화로 법인세에서만 약 8조원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등 국민의 경제활동 전반이 얼어붙어 세수 차질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올해 예산이 사상 최대로 불어났는데도 벌써 신종 코로나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경기 부양이나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위한 예산 수요는 증가한다. 경기 방어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남발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다. 따라서 우선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씀씀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급격한 재정 긴축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으로 나라 경제를 끌고 가는 데 한계가 있다면 민간의 활력으로 돌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와 기업 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다 과감한 산업 혁신과 규제개혁, 생산성 제고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일각에서는 증세를 주장하는데 급격한 고령화 진전 등으로 불어나는 복지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당연히 증세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마지막 선택지다. 지금 중요한 것은 최선의 정책적 조합으로 성장 동력을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키워 세수 기반을 확대하고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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