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의 나에겐 영화 보지 말고 일찍 자라고 말할 것"
송강호 "기생충은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이선균 "오스카가 선 넘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의 쾌거를 이룬 것에 대해 "1인치 자막의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이날 저녁 로스앤젤레스 시내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 와서 찬찬히 돌이켜보면 1인치 자막의 언어장벽이라는 발언은 뒤늦은 감이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13살의 봉준호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찍 자라'고 하겠다"며 "(당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건강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라고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차기작과 관련해선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다룬 한국어 영화와 2016년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영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들도 함께 기쁨을 나눴다.
수상식 당일 생일을 맞은 조여정이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환한 웃음을 짓자 송강호는 "저는 내일이 음력 생일이다. 응원해준 많은 팬과 성원해주신 모든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이어 "기생충은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있는 작품"이라며 봉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선균은 "저희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오스카가 선을 넘었다"며 기생충에 4관왕의 영예를 안겨준 오스카의 밤을 만끽했다.
이어 박소담은 "꿈을 꾸는 것 같다. 아마 오늘 잠 못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고, 최우식은 "(기생충에)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계획을 하지 못했던 이벤트가 생겨 행복하다"고 화답했다.
다음은 봉 감독과의 일문일답.
-- 오스카상 4관왕 소감은.
▲ 당황스럽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리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칸 영화제에서 시작된 긴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
--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 지금 와서 찬찬히 돌이켜보면 때늦은 발언이었다.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언어장벽이라는 발언은 뒤늦은 감이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날이 더 빨리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관객들은) 이미 영화에 흠뻑 들어가 있었고, 진입 장벽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 아카데미가 국제영화상에 작품상까지 수여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왜 그랬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가에 대해선 좀 더 심층적인 다각도의 분석이 따라올 것 같다. 최우식 군도 유명한 제작자로부터 출연 의뢰를 받는 등 자연스럽게 다양한 재능들이 꽃필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
-- 차기작은.
▲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는 한국어 영화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에 대한 영화다. 공포 영화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두 번째는 영어 영화다.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고 기생충 정도 규모다. 2016년 런던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좀 더 다듬어지면 핵심 줄거리를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뒤 '오늘 밤, 술 마실 준비가 됐다'고 언급했는데.
▲너무나 많은 시상식이 있었고, 수상소감만 20~30회 한 것 같다. 막바지에 이르니 밑천이 바닥이 났고, 하다 하다 안되니 술 얘기까지 하고 말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언급하며 감독상 수상 소감을 말했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무대에) 올라가자마자 스코세이지 감독과 딱 눈이 마주쳤다. 스코세이지 감독을 워낙 존경했는데 내가 올라가서 상을 받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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