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정보전파 늦었고 객실 격리도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탑승자 전원검사 놓고 후생노동상·관방장관 엇갈린 메시지
日정부, 크루즈선 日감염자 수에서 제외 언론에 당부하기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지난 3일 밤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앞바다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선 10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무려 13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들이 속속 의료기관으로 이송되는 가운데 한국인 14명을 포함한 크루즈선 탑승자 약 3천600명은 선내 격리 상태에 있다.
이번 크루즈선 집단 발병 사태는 초기 방역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에서 출항한 이 크루즈선에 탑승했다가 같은 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남성(홍콩인)의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은 이달 1일 확인됐고 홍콩 당국은 2일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크루즈선 승객들에게 하선한 홍콩인의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이 선내 안내방송으로 전파된 시점은 3일 오후 6시 30분께였다고 교도통신은 승객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홍콩인 감염자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사우나와 레스토랑도 3일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한다.
감염자 발생 사실이 확인된 직후 신속한 방역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이후에도 승객들에 대한 격리조치가 제때 시행되지 않은 데 있다.
일본 기후(岐阜)현에 거주하는 한 승객은 4일 교도통신에 "뷔페식당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며 "불만은 따분한 것 정도"라고 말했다. 승객들에게 마스크 배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교도는 이 승객을 인용해 전했다.
일본 정부는 감염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일부 탑승객에 대한 검사 결과 10명이 감염된 것으로 지난 5일 확인되자 비로소 승객들을 객실에 머물도록 조치했다.
크루즈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탑승자 간 접촉을 최소화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도야마(富山)현 위생연구소의 오이시 가즈노리 소장은 "하선 후 감염이 확인된 홍콩 남성으로부터의 감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3차, 4차 감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11일 보도했다.
크루즈선 내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일본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크루즈선 탑승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주무 부처 수장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엇갈린 메시지를 발신했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전날 오전 각의(閣議) 후 기자회견에서 크루즈선 탑승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스가 관방장관은 같은 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원 검사는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도 신종 코로자 의심자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크루즈선 탑승자 약 3천600명 전원에 대해 검사를 단기간 내 실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나카야마 테쓰오(中山哲夫)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바이러스감염제어학)는 "선내에서 이 정도로 감염이 확대됐다면 누가 감염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할 수 있다면 빨리 전원 검사를 한 다음에 양성인 사람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쪽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이날 보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일본 상륙 전이기 때문에 일본 내 감염자 수에 포함하지 말 것을 일본 언론에 당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본의 감염자 확대가 관광과 경제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주요 언론은 크루즈선 감염자를 포함해 일본 내 감염자가 현재 161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을 제외한 국가 중에는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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