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 총력전에도 케냐·소말리아·우간다·탄자니아 등지로 확산
내전·가뭄 탓 엎친데덮친격…유엔 "국제사회 지원 않으면 재앙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동아프리카 케냐 등을 휩쓴 거대한 메뚜기 떼가 인근 우간다와 탄자니아도 덮쳐 이 지역에서 식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유엔이 10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수백만 명이 기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탄자니아에서 킬리만자로산과 가까운 북쪽 국경에서 메뚜기 떼가 발견돼 비행기 3대를 동원해 살충제 살포에 나섰다. 항공 방제는 메뚜기 떼 내습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로 여겨진다.
우간다 정부도 전날 비상대책 회의를 갖고 부랴부랴 살충제 살포에 나서고 이를 위해 병력 수천 명을 동원했다. 우간다 농업부 작물 보호 담당관인 스티븐 비안트왈레는 자동차나 손으로 살충제를 뿌릴 뿐 아니라 드론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뚜기 떼가 이미 휩쓸고 간 케냐와 소말리아 지역에선 작물들이 이미 초토화됐다. 이들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이번 메뚜기 떼 출현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이다.
특히 케냐 북동부에서 발견된 거대한 메뚜기 떼는 길이 60㎞에 너비 40㎞에 달한다.
피해국가 관리들은 농토 1㎢ 규모의 작은 메뚜기떼조차 최고 1억5천마리에 해당하며 하루에 수만명 분의 식량을 먹어치울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메뚜기 떼 출현은 이제 가까스로 수년간의 내전에서 벗어나려는 남수단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남수단에서는 이미 나라의 절반 가까이가 기근에 직면해있다.
메뚜기 떼 확산 이전에도 이미 동아프리카 일대에선 2천만명 가까이가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시달렸다. 이 지역은 오랜 가뭄과 홍수가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곳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력한 사이클론 때문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메뚜기 떼가 창궐했다고 지적했다.
메뚜기떼는 사이클론이 오만 사막지대에 막대한 비를 퍼부어 최적의 서식 조건을 만든 후 아라비아 반도에서 건너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주간 이 지역에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관계로 메뚜기 떼를 방치할 경우 그 숫자는 오는 6월까지 500배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라비아 반도발 메뚜기 떼 출몰은 동아프리카에서부터 바다 건너 멀리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명확한 직접적 인과 관계는 없지만 메뚜기 떼 급증을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유엔은 국제사회가 즉각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이번 메뚜기 사태가 '재난급'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은 즉각적 구호로 7천600만 달러(약 901억원)를 요청한 가운데 현재 유엔 수중에 있는 자금은 2천만달러가 채 안 된다. 미국은 이날 80만달러를, 유럽연합은 100만유로를 각각 내놓았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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