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38석으로 1당 확보…신페인당 37석으로 통일아일랜드당 제쳐
정부구성 난항 예상 속 신페인당, 연정조건으로 통일 국민투표 제시
(서울·런던=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박대한 특파원 =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아일랜드 총선에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일을 추구하는 신페인당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신페인당은 좌파 성향의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향후 북아일랜드와의 통일이 아일랜드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11일 로이터 통신, 공영 RTE 방송에 따르면 이번 아일랜드 총선 개표 결과 제1야당이었던 공화당(Fianna Fail)이 38석으로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신페인당(Sinn Fein)이 37석으로 제2당으로 부상한 반면, 기존 집권당이었던 통일아일랜드당(Fine Gale)은 35석에 그쳐 제3당으로 추락했다.
아일랜드 하원 의석은 총 160석이다. 의장은 사실상 자동 당선되는 만큼 모두 159명의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새롭게 뽑혔다.
하원의장이 공화당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화당과 신페인당이 사실상 37석으로 동률을 이룬 셈이다.
총선 직전 의회 해산 당시 의석은 통일아일랜드당 47석, 공화당 45석(의장 제외), 신페인당 22석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 역시 기존 3석에 불과했던 의석을 12석으로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고, 사회민주당 역시 2석에서 6석으로 약진했다.
'이익에 앞선 연대'(Solidarity People Before Profit) 5석, 노동당 6석, 무소속 19석 등이었다.
신페인당은 이번 총선에서 무려 15석을 늘리며 기존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의 양당 중심 체제를 3당 중심 체제로 전환시켰다.
반면 통일아일랜드당은 60년만에 최악의 선거 결과를 기록하면서 정권을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신페인당은 총선 출마자가 적어 의석 배분에서는 공화당에 뒤졌지만 사상 처음으로 통일아일랜드당을 앞질렀다.
경제적으로 좌파 성향인 신페인당은 이번 총선에서 기존 양대 정당인 중도 우파 성향의 공화당, 통일아일랜드당의 득표율을 넘어 지난 총선의 2배에 가까운 24.5%를 기록했다.
새롭게 구성된 아일랜드 하원은 오는 20일 처음으로 소집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전체 160개 의석이 3개 정당을 중심으로 거의 균등하게 분파가 나눠짐에 따라 정부 구성도 복잡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력을 불려가는 신페인당이 차기 정부에 참여할 의욕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만큼 아일랜드에 다가올 변화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페인당의 성공 요인은 건강보험과 주택 문제 해결 등의 공약을 내세운 데 있지만 타협하지 않을 정책기조 가운데 하나는 북아일랜드와의 통일이다.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전 정치조직이던 신페인당은 총선 전에 연정 조건으로 북아일랜드와의 통일 국민투표를 내세웠다.
신페인당이 주장하는 통일론과 관련해서는 지지정당에 따라 여론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북아일랜드 통일에 대한 9일 출구 조사 결과 신페인당 지지자 중 81%가 국민투표를 지지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52%, 통일아일랜드당 지지자는 44%가 지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페인당은 선거 결과를 반영해 통일 문제를 다룰 의회 및 시민 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는 아일랜드가 북아일랜드 통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영국이 분리독립 주민투표 실시를 검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화당과 통일아일랜드당 역시 국민투표에 긍정적이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신페인당만큼 적극적인 준비 작업을 벌이지 않고 있다.
친영국 성향 민주통합당의 제프리 도널드슨은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득표율 25%는 국민투표를 벌일 만큼 높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립정권을 수립하는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공화당과 통일아일랜드당은 모두 신페인당의 경제 정책과 1998년 평화 조약 전까지 독립운동 과정에서 3천600명의 사망자를 낸 IRA와 연계 문제점 등을 들어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다라 캘러리 공화당 부대표는 지역 방송과 인터뷰에서 "신페인당과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정책이나 원칙적인 면에서 여전히 장애물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3개 정당 중 2개 정당이 연정을 한다고 해도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의회 내 다른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는 공화당이나 통일아일랜드당과 연정 없이 다른 세력을 규합해 정부 구성을 시도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아일랜드에서는 2016년 열린 총선에서도 두 달 반에 걸친 협상 끝에 정부 구성이 완료됐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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