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환자들이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중국 정부가 진단 키트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정확성 부족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니아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상황이 가장 심각한 후베이성 우한(武漢) 주민인 윌리엄 양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지 상황을 전했다.
양씨의 어머니(57)는 고열·숨가쁨 등의 증세가 나타난 지 한참 후인 지난 6일에야 신종코로나로 확진됐다.
지난 1일 예정됐던 검사는 진단키트가 부족해 취소됐고, 3일에야 다른 병원을 방문해 하루 검사 쿼터 중 끄트머리에 검사 기회를 얻었다.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어머니의 상태는 나빠졌고, 두 번째 검사에서야 양성이 나왔다. 이번에는 병상이 없어 입원을 위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
양씨는 SCM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많은 날을 허비했다. 처음에는 진단 키트가 부족했고 이후에는 검사결과가 잘못됐다"고 하소연했다.
진단키트의 정확성 부족으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고, 공식 통계보다 환자 수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SCMP 평가다.
중국 당국은 진단키트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주 동안 화다(華大) 그룹, 상하이즈장(上海之江) 생물과기 유한공사 등 7곳이 만든 진단키트를 승인했다.
이 진단키트들은 환자의 코·목에서 나온 점액 샘플에서 핵산을 추출해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검사하는 방식이다.
화다그룹 관계자는 "2주 안에 키트를 개발했고, 12일 후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상하이즈장의 경우 개발에서 출시까지 20일이 걸렸다. 통상적이라면 2~3년이 걸리는 절차다.
현재 7개 업체를 합하면 하루 100만개의 진단키트가 공급되고 있다.
양씨도 지난 3일 한 병원의 검사 쿼터가 70명이었지만 5일에는 100명으로 늘어나는 등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16일까지는 후베이성에서 진단키트 검사가 불가능해 샘플을 베이징(北京)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에 검사에 최소 사흘이 걸린 반면, 이제 후베이성에서만 100곳 가까운 실험실에서 검사해 5시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검사가 여러 단계로 나뉘기 때문에 한 단계에서만 실수가 있어도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왕천(王辰) 중국공정원 부원장은 지난 5일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진단키트 검사의 정확성은 30~50%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중국에서는 3차례 음성 판정이 나온 환자가 4번째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된 사례도 있다.
화다그룹 관계자는 정확성 문제에 대해 "사례가 쌓이면서 절차가 표준화됨에 따라 정확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고, 상하이즈장 측도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고 제품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 싱가포르 등에서도 신속한 진단법 개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지난주 신속처리절차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쓰일 진단키트를 승인했다.
한편 양씨는 SCMP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이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80)는 신종코로나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며칠간 구급차를 불렀지만 확진자를 처리하느라 바빠 오지 않았다면서 "할머니 같은 사례가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는 공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