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지휘한 전 경찰청장 美비자 취소에 발끈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이 11일 미국에 양국 간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 종료를 통보하기로 했다.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VFA 종료를 통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살바도르 파넬로 대변인이 전했다.
이 같은 지시는 살바도르 미디얼데아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테오도로 록신 외무장관에게 전달됐다.
이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강력하게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했던 전 경찰청장의 미국 비자가 취소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필리핀 경찰청장 출신인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며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재판 없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 주장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러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음날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이 그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VFA를 파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지금부터 한 달을 주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미군이 철수한 지 7년 만인 1998년 훈련 등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VFA를 체결했고, 이후 거의 매년 필리핀에서 정기적으로 합동 군사훈련 '발리카탄'을 진행했다.
양국 간 협정에 따라 필리핀이 미국이 VFA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180일간은 효력을 유지하게 돼 있어 이 기간 양국 간 물밑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양국이 체결한 상호방위조약과 방위력협력확대협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 지난해 7월까지 경찰과의 총격전 등으로 숨진 사망자가 공식 발표된 것만 6천847명이다.
인권단체들은 '초법적 처형'으로 인해 실제 사망자가 2만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정적인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이 초법적 처형에 대해 조사하다가 오히려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돼 구속 재판을 받는 사건과 관련, 필리핀 관료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미 상원의원 2명의 필리핀 입국을 금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시 리마 의원 사건으로 미국이 필리핀 관료의 입국을 금지하면 필리핀을 방문하려는 모든 미국 국민은 방문 목적과 상관없이 비자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