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도 중독성 있다. 약물 중독과 같은 메커니즘 작용"

입력 2020-02-11 16:57  

"음식도 중독성 있다. 약물 중독과 같은 메커니즘 작용"
전두엽 피질-변연계 신경회로, D2 도파민 수용체 관여 확인
바르셀로나 공립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어느 정도까지 먹는 걸 자제하지 못하면 '음식 중독'으로 봐야 할까?
먹는 걸 참지 못하는 것에 중독성이 있는지는 아직 과학계의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음식 섭취를 절제하지 못하는 행동 장애에, 약물 중독과 비슷한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이 관여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음식에도 중독성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
이런 행동 장애는, 대뇌 전두엽 피질의 특정 영역이 음식 섭취의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아울러 약물 중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D2 도파민 수용체가 먹는 걸 참지 못하는 행동 장애에 관여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립대(UDF)의 라파엘 말도나도 약물학 교수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이 대학은 별도의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이 연구엔 독일 마인츠 대, 바르셀로나 자치 대학 등의 연구진도 참여했다.
먹는 걸 참지 못하는 음식 중독은, 세계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비만이나 섭식 장애와 연관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식 중독과 약물 중독은 똑같이 만성적이고, 여러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음식 중독과 약물 중독이 동일한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공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먹이에 대한 강한 동기와 충동, 강박적인 먹이 찾기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생쥐에 실험해, 중독성 행동의 발달을 유도하는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찾아냈다.
이 메커니즘의 핵심은, 대뇌 전두엽 피질에서 측좌핵(nucleus accumbens), 즉 변연계로 이어지는 신경 회로다. 대뇌와 간뇌 사이에 위치한 변연계는 보상 및 쾌락에 관여한다.
실험 결과, 중독증이 있는 생쥐는 이 신경 회로의 활성도가 낮았고, 반대로 중독에 내성이 강한 생쥐는 이 회로의 활성도가 높았다.
이 신경 회로의 활성도가 낮은 생쥐는 먹는 걸 참는 능력을 상실해 중독성 행동으로 이행할 위험이 커졌다.
D2 도파민 수용체가 대뇌 피질에서 음식 중독에 관여한다는 걸 발견한 것도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지금까지 이 수용체는 피질 하부 영역과 변연계에서 약물 중독과 연관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음식에 중독되면 대뇌 전두엽 피질의 D2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가 과도히 발현해,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걸 입증했다.
이런 생쥐가 먹이를 먹으면 측좌핵의 도파민 분비량이 증가해, 쾌락을 보상으로 받았다. 보상과 쾌락은 중독 증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UDF의 신경 약물학 실험실 책임자인 말도나도 교수는 "뇌 구조에서 행동 제어의 최상위층에 위치한 대뇌 피질은 (이상 행동의) 치료와 관련해 큰 관심을 받는 영역"이라면서 "이번에 발견한 신경회로를 자극해 활성화하는 게 음식 중독에 대한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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