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일방적 행동 안 돼" 경고에 한발 물러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는 데 미국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요르단계곡의 한 유대인 정착촌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계곡의 지방의원들 앞에서 요르단강 서안 합병에 대해 "우리는 이 일을 미국인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것은 일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미국 대통령)는 요르단계곡과 사해 북부, 유대와 사마리아(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을 가리키는 표현) 내 모든 정착촌에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겠다고 말했다"며 "이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동의에 달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駐)이스라엘 미국 대사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리드먼 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요르단강 서안에 이스라엘법을 적용하는 것은 이스라엘-미국 공동위원회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위원회의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어떤 일방적인 행동도 구상과 미국인의 인정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적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빠르게 추진하는 데 대한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8일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에서 "우리는 이미 트럼프의 구상에 따라 지역을 이스라엘로 합병하기 위한 '매핑 프로세스'(mapping process·지도화 과정)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었다.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중동평화구상에는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동평화구상이 발표되자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유대인 정착촌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 절차를 빨리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오는 3월 2일 총선을 앞두고 우파 지지자들의 결집을 위해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가 합병 작업을 하려면 적어도 총선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점령한 지역이며 유엔 등 국제사회는 대부분 이 지역의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현재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에는 팔레스타인인 약 290만명이 살고 있으며 이곳의 유대인 정착촌에는 이스라엘인이 약 60만명이 거주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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