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내각 신임투표 저지 시도…정국 혼란 지속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에서 11일(현지시간) 새 내각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의회에서 이날 새 내각에 대한 신임 투표가 진행되고 있을 때 베이루트 곳곳에서 반대시위가 벌어졌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dpa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시위대 수백명은 이날 아침부터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광장과 의회 도로 주변에 모여 하산 디아브 신임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대한 불신임을 주장했다.
시위대는 의원들의 의회 진입을 막으려고 시도했으며 베이루트 내 은행 지점 등에 불을 붙이고 돌을 던졌다.
이에 레바논 군경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레바논 적십자 관계자는 이날 충돌과 관련해 "175명이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금까지 26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고 dpa가 전했다.
앞서 디아브 총리는 지난달 21일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그 동맹 세력의 지지를 얻어 새 내각 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컴퓨터공학 교수 출신인 디아브 총리가 발표한 장관 20명은 대부분 전문가 출신이다.
그러나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대는 새 장관들도 부패한 권력층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레바논에서는 작년 10월 17일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0월 29일 사드 하리리 총리는 시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전문적인 기술 관료들로 구성된 내각을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종파가 다양한 레바논은 독특한 권력 안배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가 각각 맡고 있다.
1975∼1990년 장기 내전을 거친 레바논은 국가부채, 실업률, 자국통화 가치의 하락 등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국가부채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0%나 될 정도로 심각하고 청년층 실업률은 30%가 넘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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