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키맨들, 대북공백 우려…재선올인 트럼프, 북 뒤로밀리나

입력 2020-02-12 09:19   수정 2020-02-12 09:25

떠나는 키맨들, 대북공백 우려…재선올인 트럼프, 북 뒤로밀리나
한국정부 남북협력 돌파구 모색 한미조율 본격화 시점서 인선
북미 교착 장기화 관측 속 후속 한반도라인 재정비 여부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승진으로 대북 '키맨'으로 부상했던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가 대사급인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로 '깜짝 수직이동'하게 됐다.
물론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당장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북미 교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을 통해 돌파구 모색을 위해 한미간 조율을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이뤄진 인선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마크 램버트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사가 지난달 초 대중 견제 역할을 위한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로 임명된 데 이은 연쇄적 유엔 이동으로, 대북 핵심 라인이 연이어 공석이 되는 셈이어서 대북 업무 공백 등 여파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상원 인준을 거쳐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 관장 범위 확대로 대북업무에 올인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대북 관련 요직에 있던 인사들이 줄줄이 떠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명에 대한 백악관의 이번 인선 발표는 공교롭게 웡 부대표가 한미 워킹그룹 참석 등을 위해 방한, 개별관광 추진 등에 대한 한미간 조율이 본격화한 와중에 이뤄졌다.
이번 인선은 국무부 내부적으로는 한 달 이상 전에 내정되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시점 등을 감안할 때 다소 의외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웡 부대표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0일 이동렬 외교부 평화 외교기획단장과 워킹그룹 회의를 갖고 북한 개별관광과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등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눈 데 이어 11일 서울에서 북핵 차석대표 협의를 가진 바 있다.
웡 부대표는 비건 부장관의 지난해 12월 취임과 맞물려 실무협상 등 대북 업무와 관련한 실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온 인물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하버드 로스쿨' 라인으로, 국무부 입성 후 승승장구해왔다. 이번 승진으로 유엔 총회 차석대사직도 겸임하게 된다.
더욱이 '이도훈-비건' 라인이 주축을 맡던 한미 워킹그룹을 웡 부대표가 실무적으로 이끌게 되면서 개별관광 관련 한미 간 논의에 본격 시동이 걸린 시점에서 향후 그의 비중 확대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상원 인준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 공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전망이다.
그러나 핵심 인사들이 연이어 대북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되면서 관련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직 웡 대표의 후임은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는 단계이며, 램버트 특사가 맡고 있던 대북특사직은 현재로선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이 대북 문제에 올인할 수 없는 여건에서 적어도 표면적으로 볼 때 현재로선 대북 라인이 축소 내지 위축된 듯한 모양새이다.
여기에는 당분간 북미간 진척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깔려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진용 재정비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미간 극적 돌파구 마련으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미국 측이 라인 공백으로 적기에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대선 국면에서 북한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듯한 상항과도 맞물려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성과를 취임 후 최대 외교치적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 협상 답보가 이어지고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 '충격적 실제 행동' 등을 예고하며 대미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대대적으로 북한 문제를 세일즈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모든 대내외적 활동의 기준을 재선 셈법에 고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북한 문제에 다소 '흥미'를 잃고 대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상황관리에 주력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미 조야에서 제기돼온 배경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국정연설에서 취임 후 처음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인내 외교' 기조를 확인하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속도조절론을 다시 꺼내든데 대해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는 시각이 고개를 든 바 있다.
미 CNN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최고위 외교 정책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전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웡 부대표가 당분간은 직을 유지하게 될 전망인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후 한반도 라인에 대한 진용 재편이 향후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의중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 담당국장은 이번 인선과 관련, 연합뉴스에 "이는 확실히 트럼프 팀이 현재로서는 단기적으로 북한 문제를 단념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로서는 재선 한 가지만 신경 쓴다. 북한은 11월까지 이 행정부의 우선 사항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관련해 보상 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며 북미 양쪽 모두 적어도 향후 몇달간은 협상의 동기부여를 느끼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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