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망명 신청자 멕시코 대기 미국 정책이 위기 악화시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후 멕시코로 보내져 대기하는 중미 이민자들 상당수가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납치 등 범죄 피해자가 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480건의 인터뷰와 2만6천명의 의료지원 기록 등을 바탕으로 미국행 중미 이민자들이 처한 위험천만한 상황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행에 나선 이민자들의 절반가량(45.8%)은 고국을 떠난 가장 큰 이유가 '폭력' 때문이라고 답했다.
폭력을 피해 떠났지만, 미국으로 가는 길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었다.
응답자의 57.3%는 미국으로 가기 위해 멕시코를 지나는 길에 폭행과 약탈, 성폭행, 고문 등의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망명을 신청한 중미 이민자들이 멕시코로 돌아가 기다리도록 하는 정책을 확대하면서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 국경 지역에 강제로 돌려보내진 이들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멕시코 국경 도시 누에보라레도에서 지난해 9월 진료한 망명 대기자 41명 중 44%인 18명이 최근 납치를 당했다고 답했다. 납치 미수를 경험한 이들도 12%였다.
한 달 후에는 납치 피해자의 비율이 75%로 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로 보내진 중미 이민자들은 가장 약한 사람들을 노리는 인신매매 조직과 범죄단체의 쉬운 먹잇감"이라며 "이민자의 망명 신청을 막고 그들을 위험으로 되돌려보내는 정책은 이 지역 인도주의 위기를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와 관련해 마크 모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 대행은 "우리가 보고 들은 것과 다르다"며 망명 대기자를 멕시코로 보내는 정책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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