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고용노동부 업무 보고에서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현행 60세인 정년 이후의 계속 고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저출산·고령화 태풍 속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 부담을 덜고 국가의 적정 생산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연장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년이 65세인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일본 등은 이미 추가적 고용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탁상공론만 할 게 아니라 고용연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가 됐다고 본다. 고용연장이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대법원이 작년 2월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 연한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정년연장이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 범부처 인구정책 TF는 지난해 9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기간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정년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계청은 2020∼2029년 10년간 생산가능인구가 연평균 32만5천명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베이비부머의 60세 정년퇴직이 본격화하고 이들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유입되면서 경제활동인구는 2022년부터 감소해 그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고령층을 떠받쳐야 하는 젊은 층의 사회적 부담은 가중되고 복지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지금은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고령자 20명을 감당하지만, 20년 후엔 고령자 60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나와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올해부터 3년간 해마다 0.7%포인트씩 하락하고 이후엔 1%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도 있다. 생산인구의 감소가 경제에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구조화하는 노인 빈곤 문제 등으로 고용연장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화급한 국가적 현안이 됐다. 그렇다고 고용연장을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제처럼 정부 주도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워낙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들의 호응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경직된 고용제도와 임금체계 아래에서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반발한다. 국가가 지급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기업에 전가할 뿐이라는 것이다. 정년연장 등 고용연장은 수용 능력이 있는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잔치판이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도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악화하면서 세대 갈등이 증폭할 것이라는 반론이 고용연장의 가장 큰 허들이다.
따라서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노사정 간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고용과 임금, 연금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직무능력이나 생산성과 무관한 연공서열·호봉식 임금체계나 비탄력적인 고용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은 채 고용연장을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업의 의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는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할 때 앞으로 10년간 고용시장에서 벗어나는 인구는 80만명인데 반해 신규 유입되는 인력은 40만명 선이어서 청년실업 문제도 풀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산업고도화로 좋은 일자리가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낙관적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납득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논리와 대책을 조속히 제시하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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