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국, 러시아대사관 주변 광장·공원에 피살 반푸틴 인사 이름 붙이기로
개명 추진 시의원 "러시아 공격 아니라 인권 지지 의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체코 프라하 의회가 러시아대사관 주변 광장과 거리에 살해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와 언론인의 이름을 붙이기로 해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11일(런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프라하 시의회는 부베네치 구역에 있는 '포드 카슈타니 나몌스티 광장(밤나무 아래 광장이라는 뜻)'의 명칭을 보리스 넴초프(피살 당시 55세) 추모 광장으로 바꾸고 이달 말 넴초프 피살 5주기 행사를 그곳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포드 카슈타니 나몌스티 광장은 프라하 주재 러시아대사관 바로 앞에 있다.
프라하의 넴초프 5주기 행사에는 넴초프의 딸 잔나도 참석할 예정이다.
광장 개명안은 간단한 행정절차만을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워싱턴, 우크라이나 키예프, 리투아니아 빌뉴스 등 지방 당국도 넴초프를 기리며 러시아대사관 주변 장소의 이름을 변경했다.
러시아 초대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 집권 시절 제1부총리를 지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에서 야권의 반정부 운동을 이끈 넴초프는 2015년 2월 27일 크렘린궁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모스크바강 다리 위에서 의문의 총격으로 숨졌다.
러시아 법원은 2017년 7월 넴초프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출신 피고인 5명에 대해 각각 징역 11∼20년을 선고했다.
유족과 측근들은 친(親)크렘린계 인사로 푸틴 대통령에 충성하는 체첸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 살해를 지시한 배후라고 주장했으나 그에 대해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프라하 의회는 또 러시아대사관 뒤편 스트로모프카공원의 산책로에 살해된 반(反)푸틴 언론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부 체첸인을 상대로 한 러시아군의 인권유린과 러시아 고위 관료의 부패를 고발하는 기사를 쓴 폴리트코프스카야는 2006년 모스크바 중심가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입구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수사 결과 폴리트코프스카야 살해에는 당시 현직 모스크바 경찰 간부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코는 냉전 시기 구 소련의 동맹이었지만 공산정권 붕괴 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이 됐다.
프라하 의회의 러시아대사관 인근 장소 개명은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를 것이라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이번 개명 청원을 주도한 녹색당 소속 페트르 쿠틸레크 시의원은 개명이 러시아를 겨냥한 '자극 외교'(트롤 디플로머시)로 추진된 것이라는 분석을 반박했다.
쿠틸레크 의원은 "러시아 정부도 보리스 넴초프 살해를 공식적으로 규탄했다"며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 지지가 체코 외교정책의 핵심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개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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