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검찰, '여인의 초상화' 도난당한 미술관장 아내 조사
관장, 2009년 사망…일기장에 "관심 끌려 꾸민 자작극" 고백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그저 도난당했다가 23년 만에 우연히 발견된 줄 알았던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여인의 초상화'가 알고 보니 전시회 흥행을 노린 미술관의 계획이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첸차 검찰은 지난 1997년 2월 클림트의 작품을 도난당한 리치 오디 현대미술관 관장 스테파노 푸가차의 아내 로셀라 티아디나를 조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더타임스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9년 숨진 푸가차 관장은 자신의 일기장에 당시 클림트 전시회를 앞두고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가짜 절도 사건을 벌이고 전시회 시작 직전에 클림트 작품을 되찾는 일종의 '쇼'를 계획했으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2016년 12월 영국 공영 BBC 방송에 처음 공개된 이 일기장에서 푸가차 관장은 "이제 '그 여인'은 영원히 사라졌고, 그런 어리석고 유치한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적었다.
피아첸차 지역지 리베르타 기자 에르만노 마리아니는 가디언에 "이번 사건은 정말 불가사의하다"며 "관장의 아내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믿지만 푸가차가 연관돼 있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검찰은 '여인의 초상화'를 훔쳤다고 자백한 용의자 2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마리아니 기자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들이 1997년 미술관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가져갔고, 어딘가에 보관해오다 일종의 선물로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최소 6천만유로(약 771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클림트의 이 작품은 2019년 12월 리치 오디 미술관 외벽의 담쟁이덩굴을 정리하던 정원사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문 내부에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놓여있었다.
갈색 머리를 한 젊은 여성이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의 초상화는 '키스', '유디트' 등의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클림트가 말년인 1916∼1918년 완성한 여러 여인 초상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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