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에릭슨·아마존·인텔·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 불참선언 탓
중국 상하이 그랑프리 무기한 연기…런던·스위스에서도 박람회도 축소·취소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현혜란 기자 = 매년 2월 말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성대하게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33년 역사상 처음으로 취소됐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시작돼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자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존 호프만 GSMA 회장은 12일(현지시간) 'MWC 2020' 취소를 알리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발병과 여행 경보, 기타 상황 등으로 행사 개최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에릭슨, 페이스북, 아마존, 소니, 시스코 등 굴지의 통신업체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MWC 불참 계획을 밝혔고, 이 자리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려 계획했던 LG전자와 인텔, 모토로라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시회 특성상 손으로 IT 기기를 만져보고 사용해보는 체험이 많은 데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에서 온 관람객이 5천∼6천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MWC에 참가했다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
이달 24∼27일 열릴 예정이었던 MWC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최신 IT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로, 세계 200여개국에서 온 관람객 10만여명을 끌어모아 4억7천300만유로(약 6천9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GSMA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지 않았음에도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주요 업체의 불참 선언이 잇따르자 이날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끝에 전격적으로 취소를 결정했다.
스페인 당국은 MWC 개최에 따른 낙수효과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스페인 부통령, 바르셀로나 시장까지 나서서 코로나19 때문에 MWC를 취소할 그 어떤 공중, 보건상의 이유가 없다며 참가 업체들 달래왔으나 수확을 얻지 못했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도 MWC 행사를 개최해도 괜찮다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으나 주최 측의 예방 조치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참가 업체들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타격으로 휘청이는 국제행사는 MWC만이 아니다.
이달 24∼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런던 국제석유주간 행사에 아시아에 본사를 둔 다수 석유업체가 불참을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고, 일본의 미쓰비시와 미쓰이·인펙스 등도 불참을 권고받았으나 예정대로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위스 최대 시계 생산업체인 스와치는 지난 3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한 불확실성, 손님과 협력사 그리고 직원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이달 말 취리히에서 개최하려 했던 '움직일 시간'(Time to Move) 행사를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물론이거니와 사망자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스포츠 대회도 잇달아 개최가 미뤄지고 있다.
올해 4월 19일 상하이(上海)에서 개최하려 했던 포뮬러1(F1) 중국 그랑프리 대회가 무기한 연기됐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중국 시리즈 대회 2020시즌 개막도 3월 말에서 5월 말로 늦춰졌다.
코로나 19 환자가 비교적 많이 나온 싱가포르에서 4월 11∼12일 열릴 예정이던 세계 럭비 세븐스 시리즈도 10월로 미뤄졌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로이터가 이날 보도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