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단기간 내 다국적 승객 뒤섞여…식당·목욕탕 등 위험"
업계 "실제 승객간 접촉 많지 않아…크루즈선 위생관리 철저"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일본 정박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상황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웨스테르담'호 등 다국적 승객을 태우고 여러 국가를 순회한 다른 크루즈선들도 덩달아 인근 국가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크루즈선 내 특수한 조건이 '세균 배양접시' 역할을 하면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돼 크루즈선 전반을 둘러싼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공공보건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평가할 때 크루즈선이 전염병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호주 국립대의 감염병 전문가 산자야 세나나야크 교수는 일반적으로 선내에서 호흡기와 소화기 계통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세나나야크 교수는 "크루즈 안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승객들과 선원들이 단기간에 가깝고, 밀접하게 뒤섞인다"면서 이 과정에서 각자의 면역력 차이로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고 설명했다.
타액 등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는 보균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테이블에서 재채기하고 난 뒤 이 테이블에 접촉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세나나야크 교수는 "사람들이 모두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아니지만, 선내 수영장과 목욕탕, 식당, 강당 등 공용 공간을 공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선박에 상주하며 승객들과 폭넓게 접촉하는 선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에는 상황이 더 악화된다.
세나나야크 교수는 "선원들이 서로 선내 시설을 공유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승객들과 달리 선원들은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매개로 다음 승객들에게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도 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코로나19 감염자 170여명 중 10명은 선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를 중심으로 크루즈선을 홍보하는 쪽에서는 일반적인 위험 주장은 실제로 따지고 보면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크루즈선 전문가인 스튜어트 카이어런은 "뷔페에 줄을 설 때 승객들 사이에 많은 상호작용과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카이어런은 주요 유람선들에서 위생 장갑을 낀 직원들이 메뉴마다 서서 음식을 나눠줄 뿐만 아니라, 승객들이 모든 음식에 멈추어 서지는 않기 때문에 승객 간의 접촉은 최소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루즈선들이 엄격한 위생 관리와 승객 선별 과정을 거친다고 부연했다.
바이러스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난 승객은 건강검진을 받게 되며, 크루즈선에서 종종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계획도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카이어런은 신종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 관리에 한층 더 엄격해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로 중국과 동남아지역을 항해하는 크루즈업체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향후 크루즈선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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