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여학생이 이슬람 비난했다 살해 협박받자 논평
표현자유냐 똘레랑스 파괴냐…검찰, 학생·협박자 모두 조사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프랑스에서 10대 청소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슬람교를 비난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살해 위협을 받는 일이 발생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신성모독은 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지역 일간 도피네 리베레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신성 모독할 권리가 있고, 종교를 풍자하고 희화화할 권리가 있다"며 "증오를 유발하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 범죄"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밀라'라는 이름의 한 학생(16)이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이슬람을 맹비난하는 영상이었다. 밀라는 이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학교 위치 등 밀라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온라인에 유출됐다.
리옹 인근 학교에 다니는 밀라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를 지켜 보던 한 무슬림이 "더럽다"며 수치스러운 댓글을 달자 발끈한 것이다.
의도치 않게 명성을 얻은 밀라는 프랑스 TV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지 않으며 신성을 모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평화롭게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사과했다.
밀라의 이러한 반응은 적지 않은 무슬림이 사는 프랑스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논란이 점점 거세지자 프랑스 교육 당국은 결국 밀라가 학교를 옮길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줬다.
프랑스 검찰은 밀라를 살해하거나 해치겠다는 협박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와 별개로 밀라가 프랑스 법으로 금지된 종교적인 증오를 유발하는 행동을 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이 논쟁에서 놓치고 있는 사실은 밀라가 청소년이라는 점"이라며 "우리는 밀라를 학교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보호 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밀라에게 새로운 학교를 찾아준 것을 두고는 "국가로서 해야 할 책임을 충실히 수행했다"며 아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증오와 공격으로부터 조금 더 나은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밀라의 행동과 이에 대한 무슬림의 반응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니콜 벨루베 프랑스 법무부 장관은 밀라를 향한 살해 협박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종교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가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는 밀라의 행동을 두고 "다소 천박할 수는 있겠지만 21세기 프랑스에서 이 소녀를 죽이겠다고 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무슬림평의회(CFCM)에 속해 있는 압달라 제크리는 "이 소녀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이 발언은 표현의 자유로 포장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욕적이고 도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달리 CFCM에 새로 취임한 모하메드 무사우이 회장은 "이슬람에 대한 비난은 받아들여져야 하고, 어떠한 발언도 살해 위협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모든 토론을 수용하고 모든 폭력을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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