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성화봉송 모습을 방사성 물질 운반하는 것처럼 패러디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사이버 외교사절단'으로 불리는 한국 민간단체 '반크'가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일본의 방사능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포스터를 만든 것을 놓고 일본 정부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 포스터와 관련한 일본 정부 차원의 대응을 묻는 말에 "현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포스터 내용에 강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스가 장관은 또 "(일본) 정부로서는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가 장관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반크는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폭발 사고의 영향으로 오는 7월 24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방사능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넣은 포스터를 지난달 초 제작했다.
이 포스터는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모습을 방사성 물질을 운반하는 것처럼 패러디하고 있다.
반크가 이 포스터를 페이스북 등 SNS에 공개하기에 앞서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신축 부지 가설 벽면에 붙인 뒤 일본 정부는 포스터 내용이 도쿄올림픽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지역을 '야유'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한국 정부에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권 자민당의 후쿠시마 지역 조직인 '후쿠시마 겐렌(縣連)'은 12일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상(장관)과 다나카 가즈노리(田中和德) 부흥상에게 "(후쿠시마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지지 기반을 잃은 민주당 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는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동일본대지진 재해를 극복해온 업적을 대내외에 알리는 무대로 삼고 싶어한다.
아베 정부는 그 일환으로 내달 26일부터 121일간 펼쳐지는 일본 내 성화 봉송 행사의 출발지를 동일본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응 본부가 설치됐던 J빌리지(축구 국가대표 훈련시설)로 잡아 놓고 있다.
(취재 보조: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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