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곽민서 기자 =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사모펀드 가운데 1조원대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는 발표가 나오자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14일 보도자료에서 이달 18일 기준 2개 모(母)펀드의 전일 대비 평가금액이 '플루토 FI D-1호'(작년 10월 말 기준 9천373억원)는 -46%, '테티스 2호'(2천424억원)는 -17%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아직 회계 실사가 진행 중인 '플루토 TF 펀드'(무역금융펀드)의 평가금액은 아직 조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라임자산운용은 "기준가격이 약 5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광화가 법적 대응에 나설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카페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에는 라임자산운용 발표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게재됐고, 이 게시글의 댓글에 성토가 쏟아졌다.
한 투자자는 "나름대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라도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욕만 나온다"며 "(손실률) 46%, 이걸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만 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투자자들도 "그저 멍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라며 허탈함을 털어놨고,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대응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대신증권[003540]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로 구성된 '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 환매 피해자 모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 20여 명은 '대신증권 불법행위 특검 수사 촉구한다', '묶인 돈도 억울한데 TRS(총수익스와프)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불법판매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대신증권은 반포 WM센터에서 2017년 말부터 이듬해 중순까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투자성향 분석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집회 참가자 이모 씨는 "앞선 보도를 보고 손실이 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손실이 나니까 가슴이 무너진다"며 "이제 더는 무너질 가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로 미리 받은 퇴직금을 안전하게 투자하려고 했는데, 당연히 원금 보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가 너무 가슴이 떨리고 절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인 70대 노부부는 "지인들이 은행 이자보다 낫다고 권해서 펀드에 들었다"며 "노후 자금으로 모아둔 돈이 없어질 판이라 완전히 '쇼크'"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신증권의 펀드 불법 판매 의혹을 특별검사와 검찰 수사로 밝혀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서류에 투자자 60여명의 서명을 담아 금감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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