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긴장 커질수록 반미 보수파 결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오는 21일(현지시간) 예정된 제11회 이란 의회(마즐리스에 슈라예 에슬라미) 선거를 위한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13일 시작됐다.
이란 전국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년 임기의 의원 290명(소수종파 할당 5석 포함)을 뽑는 이번 총선에는 7천148명의 후보가 출마해 평균 경쟁률 약 25대1을 기록했다.
특히 30석이 배정된 수도 테헤란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는 1천453명에 달해 약 4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란 의회는 정당제가 아니어서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총선을 앞두고 이합집산해 정파를 결성해 선거에 나선다. 이란 총선은 대선거구제로, 유권자 1명이 주별로 할당된 의석수만큼 후보자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어 최다 득표순으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정파간 구분이 엄격하지 않아 한 후보자가 여러 정파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4년 전인 2016년 2월 이란 총선에서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성사에 힘입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도·개혁 성향 '리스테 오미드'(희망의 명단) 정파가 의석의 41%(120석 안팎)를 차지해 다수파가 됐다.
그러나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뒤 제재를 복원하면서 핵합의의 효과가 퇴색하면서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하락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강경한 반미 보수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방과 핵협상으로 경제난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핵합의 파기로 이란 경제가 개선되지 않았고 이로써 이란 내 '협상파'의 입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해 중반부터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했고 급기야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미군이 살해하고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 폭격해 보복하면서 군사 충돌을 빚었다.
이란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커질수록 반미·반서방 성향의 보수세력이 결집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는 보수 정파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란의 헌법에 따라 총선 예비후보는 헌법수호위원회의 사전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예비후보 등록자의 절반이 넘는 7천296명을 탈락시켰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도·개혁 성향으로 알려졌다.
4년 전 선거에서도 중도·개혁 성향의 인물이 사전 자격심사에서 대거 탈락했음에도 핵합의를 찬성하는 젊은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실제 선거에서 보수 진영을 압도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고전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정파는 혁명군동맹위원회로, 전 테헤란 시장이자 대선 후보로도 나선 적 있는 혁명수비대 장성 출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이끈다.
혁명군동맹위원회는 국가선거관리위원회에 가장 먼저 후보자 명단을 제출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중도·개혁 진영도 10여개 정파가 형성됐지만 선거 운동 기간 중 정파간 연대를 통해 세를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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