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자물쇠 부수거나 창문 통해 도주…당국, 소송 통해 재격리 시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중국 여행 뒤 귀국한 러시아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의심받아 현지 병원에 격리됐다가 몰래 탈출하는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러시아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하이난섬을 여행하고 돌아온 러시아인들이 병원에 격리됐다가 도주하는 사건이 최근 연이어 발생했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알라 일리이나(32)라는 여성은 지난달 31일 하이난섬 여행 뒤 집으로 돌아왔으나 며칠 뒤 감기 증상이 있어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19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현지 감염전문병원(보드킨 병원)에 격리됐다.
병원에 머물며 몇차례의 검사를 받은 일리이나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의사들은 14일 간의 격리가 불가피하다며 그녀를 퇴원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전선을 합선시키는 방식으로 병원 출입문의 전자자물쇠를 부수고 탈출해 집으로 돌아갔다.
일리이나의 탈출 사실은 한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 11일 병원 측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공개됐다.
현지 보건당국은 재입원을 거부하는 일리이나를 다시 격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에서 이런 소송이 걸리기는 처음이라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그녀의 변호인은 "병원 의사들이 일리아나에게 얼마 동안 입원해야 하는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등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의사들이 제대로 알려줬다면 그녀가 탈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강제 입원 판결이 나면 일리이나는 다시 병원에 격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이나는 일단 의사의 퇴원 허가 없이 격리 상태에서 도주했기 때문에 검역법 위반으로 3천~5천루블(약 5만5천~9만3천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할 형편이다.
한편 러시아 남부 도시 사마라에 거주하는 한 여성도 역시 하이난섬을 여행하고 돌아온 뒤 아들과 함께 병원에 격리됐다가 탈출했다고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털어놨다.
이 여성은 아들이 먼저 체온이 37도 이상으로 오르고 감기 증상을 보여 구급 의료팀을 불렀다가 코로나19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2명 모두 현지 병원에 격리됐다고 전했다.
임신한 상태의 여성과 아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지만 14일간 퇴원할 수 없다는 병원 측의 결정에 한동안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다 입원 5일 뒤 여성의 몸 상태도 나빠졌다.
이에 그의 남편이 임신 상태의 부인이 오히려 병원에서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 걱정된다며 부인과 아들을 퇴원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의사들은 격리 기간이 지나야만 가능하다는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 여성과 아들은 몰래 병원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이 소식도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보건당국이 이들을 재격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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