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역 기후변화 시위 1주년…르완다서도 첫 시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누군가는 사랑에 가슴을 불태웠겠지만, 누군가는 지구가 불타고 있다고 한껏 외쳤다.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지구촌 곳곳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시위에 동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끄는 기후변화 대응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에 학교에 가는 대신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자고 독려하는 가운데 때마침 올해 밸런타인데이가 금요일이었다.
영국 런던에서는 어린 시위자들이 "장미는 빨갛고, 제비꽃은 파랗다. 우리의 지구는 불타고 있고 곧 우리도 그렇게 될 것", "기후변화가 숙제보다 싫어" 등의 팻말을 들고 의회 광장을 행진했다.
이날은 영국 전역에서 기후변화 시위가 일어난 지 1년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런던뿐만 아니라 더럼, 글래스고, 브라이튼 등 영국 각지에서 춥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시위대가 "기후 정의를 원한다"고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툰베리는 가디언에 이날 세계 2천개 도시에서 시위가 계획됐고, 향후 더 큰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시위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와 함께 각 나라의 현지 환경문제·정책에 대한 비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도에서는 시위대가 정부의 아라발리산맥 일대 벌목 계획을 규탄했고, 호주 시드니에서는 최악의 산불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필리핀에서는 시위대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교육적 캠페인을 펼쳤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도 처음으로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르완다는 기후를 지킨다"는 팻말을 들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다.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10대였지만 9세, 5세 등 더 어린 자녀들을 대동하고 시위에 나선 부모도 있었다.
런던 시위에 참여한 17세의 매리엄 그래슬리는 "현재는 기후 비상사태이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하기로 합의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슬리는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소득 없이 끝났다면서 올해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5에 대해 "흥분되지만 우려도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들의 시위가 일으킨 변화에서 희망을 찾았다.
머드 브라운(17)은 "네살 때 처음 기후변화에 대해 배웠는데 그때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