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정부 공공서비스·재난대응 부재…청년 자원자들이 공백 메워"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수십년간 부족 유혈충돌에 이어 극단주의 폭력이 계속되는 소말리아에서 청년의 자발적 움직임이 정부 부재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아프리카 해안 '아프리카의 뿔'에 자리 잡은 소말리아는 지난 30년간 부족간 충돌이 계속되며 큰 혼란을 겪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알카에다 소말리아 지부에 해당하는 알샤밥의 무차별 살상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가뭄과 홍수 등 기상 이변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소말리아 중앙정부는 공중보건과 교육 같은 공공 서비스와 재난 대응 같은 국가의 기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1년 알샤밥이 모가디슈에서 퇴각한 후에도 정부의 역량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정부의 부재를 메우는 역할을 해냈다고 NYT는 평가했다.
2017년 10월 수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최악의 폭탄테러'는 소말리아 청년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당시 트럭 폭탄공격으로 무려 587명이 죽고 316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무방비 상태의 소말리아 정부는 최악의 테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원자 수백명이 모여 피해자 신원 파악과 국제 모금활동을 벌였다. 모금을 주도한 조직에 따르면 350만달러(약 41억4천만원)가 모였다.
기부금은 소말리아의 유일한 무료 구급 서비스 '아민 앰뷸런스'의 활동에 쓰였다.
소말리아의 청년 활동가 아미나 아불카디르 이삭(27) 박사는 "2017년은 우리에게 전환점이었다"며 "목숨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NYT에 말했다.
소말리아 청년들은 테러 대응뿐만 아니라 '소년 병사'로 착취당한 청소년의 재활, 국내 관광 활성화, 인도주의 위기 대응, 도서전 개최, 낙타 수출 등 사회 안정과 경제 재건의 온갖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 활동가들은 극단주의조직 등으로부터 위협에 시달린다.
내전 후 모가디슈에서 첫 플라워숍 체인을 여는 등 지역 기업인을 돕는 활동을 벌인 모하메드 셰이크 알리는 2018년 8월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소말리아 정부는 반복된 공격에도 여전히 무능한 모습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소말리아 교육부 사업에 참여했던 소말리아계 미국인 사이다 핫산은 작년 말 모가디슈에서 82명이 숨지는 폭탄공격이 벌어진 후 열린 정부회의에 참석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소말리아 정부가 아무런 행동계획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핫산은 "정부가 무언가를 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며 "그게 우리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삭 박사는 "나라를 세우는 이는 청년들"이라며 "우리는 자력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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