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 돌발 발언으로 또 구설…'낙태·이주민 여성 싸잡아 비하' 비판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막말 제조기'라는 별칭이 붙은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이번에는 낙태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17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비니는 전날 로마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로마시당 창당 행사 연설 도중 "응급실에서 6번씩 낙태 수술을 받는 여성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밀라노 한 병원 간호사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도덕·윤리 강의를 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 낙태를 선택하는 것은 그들의 권리"라면서 "다만, 응급실이 '미개한' 생활 방식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살비니는 이 발언에 앞서 "한 푼도 내지 않고 응급실을 마치 '의료 ATM(현금지급기)'처럼 이용하는 이주민 여성들이 있다. 이탈리아 국민이 아닌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기 집 응접실에 가듯 자주 응급실을 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발언들은 이탈리아 일선 병원의 응급실이 지나치게 붐빈다는 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듣기에 따라선 낙태와 이주민 여성을 싸잡아 비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보수 야권을 대표하는 살비니는 독실한 보수적 가톨릭 신자라는 점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우는 정치인으로,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낙태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2018년 6월부터 약 1년 2개월 지속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의 이전 연립정부 당시 내무장관으로서 반(反)난민·이주민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살비니는 연설을 마친 뒤 논란을 예상한 듯 자신의 발언은 여러 차례 낙태를 하는 여성들의 생활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며, (낙태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은 존중한다는 점을 취재진에 재차 설명했다.
하지만 살비니와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는 여권은 살비니의 발언이 던지는 정치적 파장을 놓치지 않았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는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의 니콜라 진가레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적 위기에 몰린 살비니가 연일 선동질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여성과 이탈리아 의료에서 손을 떼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의 주세페 부옴파네 대변인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주민과 집시, 게이에 이어 이제는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 역시 살비니가 법적으로 허용된 낙태를 비도덕·비윤리적인 것으로 매도했다며 비난 여론에 가세했다.
살비니가 의례 그래왔듯 잘못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개적으로 유포한 것을 문제 삼는 지적도 있다.
이탈리아의사협회의 피나 오노트리 사무총장은 AFP 통신에 "유산하지 않는 한 현행법상 병원 응급실에서 낙태 시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살비니 발언의 사실 관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지 정가에선 살비니의 무절제한듯 보이는 이러한 발언이 올 봄 치러질 일부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성향 유권자를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술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탈리아는 1978년 제정된 관련 법에 따라 임신 3개월 이내에 한해 자발적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보수적 가톨릭 전통이 강한 일부 지역에선 의사들이 낙태 시술을 거부하기도 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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