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운동단체, 트리니티칼리지 농지 매각에 항의하며 잔디밭 뒤엎어
"환경보호 아니라 공공기물 파손일뿐"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영국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16세기에 지어진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 잔디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멸종저항은 트리니티 칼리지가 잉글랜드 서퍽 지역을 개발에 동참하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학 앞마당 잔디밭을 뒤엎는 시위를 벌였다고 영국 B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멸종저항 활동가들은 잔디밭을 파헤친 후에 멸종저항을 상징하는 깃발과 "너무 늦기 전에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등을 펼쳐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멸종저항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대학이 서퍽의 시골 마을 농장을 밀어내고 사업 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지난 1주일 동안 시위를 벌여왔다.
멸종저항은 트리니티 칼리지가 서퍽에 보유한 농장을 펠릭스토 항구에 매각하려 하는데, 그 농장이 팔린다면 화물 트럭 3천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세워질 예정이라 기후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파낸 진흙을 손수레에 실어 근처에 있는 바클레이즈 은행 지점까지 가져가 복도 곳곳에 뿌렸다고 은행 측이 밝혔다. 바클레이즈 은행도 해당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멸종저항 케임브리지 지부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트리티니 칼리지는 화석 연료 회사들과 맺은 관계를 끊고, 이윤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 지부는 트위터에서 "트리니티 칼리지가 석유 및 가스 회사에 투자한 돈은 910만파운드(약 140억원)로 45개 옥스브리지(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 칼리지 중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케임브리지에서 사업을 하는 팀 노먼 박사는 멸종저항의 행동을 두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비생산적인 반달리즘(공공기물 파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트리니티 칼리지 대변인은 "(우리 대학은) 표현의 자유와 비폭력 시위를 존중하지만, 범죄 피해를 원치 않는다"며 멸종저항 활동가들에게 학교 밖으로 떠나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 은행 측은 "기후 변화를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라는 점을 인식하고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지지한다"며 "세계 에너지 수요를 지속해서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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