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무덤의 진실은

입력 2020-02-24 08:00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무덤의 진실은
비오 12세 시절 비밀 발굴 프로젝트 담은 '어부의 무덤' 발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인 2013년 11월 교황청은 뼛조각 8점을 공개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12사도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자 제1대 교황인 성베드로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된 유해다.
교황은 당시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에서 이 유해가 베드로의 것이 맞는다고 전 세계에 선언했다.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된 무덤은 1939년 교황 비오 11세가 선종한 뒤 그 시신을 대성당 지하 묘지에 안장할 때 우연히 발견됐다.
당시 현장 벽에는 그리스어로 'Petros eni', 즉 '베드로가 여기 있다'라는 글귀가 쓰여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무덤이 정말 베드로의 것인지는 고고학계와 기독교계의 오랜 논쟁 대상 가운데 하나였다.
베드로가 서기 67년께 로마에서 순교하고, 현재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이 자리한 바티칸 언덕 지하에 묻혔다는 것도 전승일뿐 이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기록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재위 1939∼1958) 시절 베드로 무덤과 유해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가동한 '비밀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파헤친 책이 나와 시선을 끈다.
23일(현지시간) 가톨릭교계에 따르면 '어부의 무덤'(부제: 바티칸 비밀 연구·출판사 혜윰터)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교황청의 비밀 발굴팀이 작업을 시작한 1939년부터 베드로 유해가 공개된 2013년까지 75년간의 역사를 생생하게 담았다.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 출신인 저자 존 오닐은 교황 비오 12세가 베드로 무덤·유해 발굴 프로젝트 실행을 결정한 배경, 극비리에 진행된 발굴팀 구성과 작업 과정, 유해 발굴을 둘러싼 교황청 내 알력 관계 등을 긴장감 있는 필체로 서술했다.
어릴 때부터 로마사와 초기 기독교 역사, 고고학을 공부했고 베드로 무덤과 관련해 이탈리아·스페인·독일어·그리스·라틴어로 된 전문 문서를 탐독했다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정보도 녹아들어 있다.
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인물이 미국 텍사스주에서 활동한 유전 탐사업자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가 가톨릭 신앙의 뿌리를 뒤흔들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베드로가 바티칸 언덕 지하에 묻혔다는 전승이 허구로 판명될 경우 교회 가르침의 권위와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는 터였다.
이런 위험성을 고려한 비오 12세의 결단을 '도박'이라고 저자는 표현했다.
이 도박은 75년의 세월이 흘러 끝내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베드로 유해 선언'으로 귀결됐다. 교황은 선언 전 저자가 묘사한 비밀 발굴 작업의 결과물을 꼼꼼하게 검토했다고 한다.
교황의 선언으로 관련된 모든 논쟁이 종식됐다고 확정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다만, 베드로라는 역사적 실존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오랜 의문에 답을 찾으려는 전대미문의 작업을 제삼자 관점에서 기술하고 평가했다는 것은 기독교 신앙을 가졌는지와 관계없이 일반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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