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예상한 상황…'조기 발견·치료·피해최소화' 전략 필요"
의료계 보건소-병원 역할분담, 경·중증 치료병원 구분 제안
정부 "경증환자 진료체계 필요, 의료전달체계 개편 협의 중"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신재우 김예나 기자 = 감염경로와 감염원을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이런 '깜깜이' 환자에게 옮은 2차 환자들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무더기로 쏟아지자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19일 의료계는 코로나19의 전면적 확산을 염두에 두고 보건소를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의 역할을 나눠 방역 효율성을 높이는 '전방위적인 의료기관 중심 방역체계'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도 보건소가 코로나19 진단검사에 집중하는 일차스크리닝 역할을 맡고, 코로나19 환자를 경·중증으로 나누어 치료병원을 구분하는 방역전달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 하루 동안 20명 확진…전문가 "올 것이 왔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을 맞은 19일 현재 국내에서는 해외 위험지역을 다녀오지도 않았고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는데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확진자는 총 51명이다. 이날 하루 동안 늘어난 확진자만 20명이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상당수가 31번 환자와 대구 신천지교회에 함께 다닌 사람들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미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퍼져 본격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우려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전문가들은 놀라기보다는 이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이미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다들 생기지 않기를 바랐지만, 코로나19의 특성상 워낙 전파력이 있는 질환이기에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총 46명…지역사회 확산 염두에 두고 대응" / 연합뉴스 (Yonhapnews)
◇ 의료계 '봉쇄전략'→'완화전략', 보건소-병원 역할분담 등 제안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가 더 나오는 등 구멍이 뚫리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만큼, 방역체계를 이른바 완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방역 당국은 봉쇄 전략, 즉 공항에서 입국자를 체크해서 차단하고,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격리 조치하며, 접촉자를 관리해 자가격리하는 등 원천봉쇄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왔다.
기 교수는 "신종 감염병 초기에는 환자 발생을 줄이고 차단하는 방법을 쓰지만, 지역사회 여기저기서 역학적 고리가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 더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 만큼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면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찾아내 빨리 치료해서 사망률을 낮추는 완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을 열고 의료기관 중심 방역체계'를 제안했다.
보건소는 코로나19 진단검사에 집중하고, 코로나19 환자를 경·중증으로 나누어 치료병원을 구분해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또 사태 장기화로 피로 누적을 호소하는 선별진료소 의료진의 진료업무 부담을 덜어줘 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하자고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지금처럼 경증 코로나19 환자까지 모두 음압병실에서 치료하다 팬더믹(대유행)에 직면하면 의료계가 보유한 격리병상이나 음압병실로는 환자를 제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 설치 검토도…피해 최소화 전략도
정부도 지역사회와 병원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유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료체계를 정비에 들어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염력이 있는 경증 환자를 빨리 발견하기가 어려운데, 이분들이 무작정 진료를 받으러 의료기관으로 갔을 때 생길 위험을 방지하려면 호흡기·발열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외래진료 경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소가 선별진료 외래를 감당하고, 경증의 입원환자는 공공병원이 소화하고, 중증환자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이나 상급종합병원이 맡는 의료전달체계개편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을 둬 의심환자와 일반환자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보건소와 국공립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코로나19 의심증상 전담진료기관'으로 지정해 일반 의료기관과 이원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선별진료가 어려운 의원의 진료에서 의심 환자가 확인될 경우 즉시 검사가 가능한 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전파 국면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 환자, 고령자, 만성병 환자, 임신부 등 취약계층을 최우선으로 치료해서 사망자를 줄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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