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부터 야당 의원까지 고위 장교 관행…관사 부족·군내 사적 거래 원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지난 8일 태국 동북부 나콘랏차시마의 군부대 및 쇼핑몰에서 한 부사관의 총기 난사로 29명이 숨진 참사를 계기로 특권을 누려온 '권력 집단' 태국군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19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네이션 등에 따르면 총기 참사 직후 군 실세인 아피랏 콩솜퐁 육군참모총장은 일부 고위 장교들이 사적인 거래를 하면서 부하들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일들이 많았음을 인정하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총기 참사 범인인 부사관이 쇼핑몰로 도주하기 전 부대 지휘관 및 지휘관의 장모를 총으로 쏴 살해했는데, 지휘관 장모가 중개한 집을 사는 과정에서 돈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아피랏 육참총장은 그러면서 전역한 군 장교들은 이달 말까지 군부대 내 관사나 아파트를 비우라고 지시했다.
이들이 전역 후에도 거주하면서 관사가 모자라는 상황이 되고, 이러다 보니 관사 입주를 원하는 부하 군인들이 상관에게 돈을 건네는 과정 등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 등 일부 인사들은 나라에 중요한 기여를 한 만큼, '관사 퇴거' 조치의 예외가 적용된다고 그는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육참총장이던 지난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 쁘라윗 부총리는 쁘라윳 총리의 군 선배다.
내각과 상원의 장성 출신 인사들에게도 이 같은 예외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 발표로 쁘라윳 총리 등 군 출신 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전역 후에도 버젓이 군부대 내 관사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되자 쁘라윳 총리는 전날 기자들에게 "평생 국가에 봉사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또 총리인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 "한 국가의 지도자에게 적절한 (주거)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며 군부대 관사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군 관사를 비울 준비는 해왔다고 덧붙였다.
군 출신인 아누퐁 파오친다 내무장관도 아직 관사를 이용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군의 규정에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런 군의 특권을 비판하던 장성 출신 야당 의원도 이 문제로 당직에서 물러났다.
제3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의 부대표 중 한 명인 퐁사꼰 롯촘푸 의원은 TV 방송에 출연, 전역 후 관사 이용 관행을 비판하다가 사회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자신도 아직 군부대 내 관사에 살고 있다고 시인해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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