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자 쏟아진 유람선 승객들 일상생활 복귀 논란

입력 2020-02-19 12:28   수정 2020-02-19 19:22

코로나 감염자 쏟아진 유람선 승객들 일상생활 복귀 논란
일본당국 "문제 없어" vs "선내 추가 감염 없었을지 의문"
자국민 대피시킨 미국·한국 등 '14일간' 추가 격리관찰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대형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 가운데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하선이 19일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지난 3일 요코하마(橫浜)항으로 들어온 이 유람선을 해상격리한 채 검역을 시작한 지 16일 만이다.
일본 주무 부처인 후생노동성(후생성)은 음성 판정을 받아 하선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로 복귀해도 문제가 없다며 추가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18일까지도 감염자가 대거 쏟아져 나온 환경에 노출됐던 사람들을 그대로 일상생활에 복귀시키는 것은 감염 확산 등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유람선에서 자국민을 데려간 미국, 한국 등은 코로나19 잠복기로 알려진 14일간의 별도 격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19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생성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 중에서 애초 설정한 14일의 건강관찰 기간에 기침이나 발열 등의 증상 없이 바이러스 검사 결과에서 음성으로 나온 승객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추가 격리 조처를 하지 않기로 했다.
후생성이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일본 정부 전세기편으로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귀국시킨 사람들의 검사 데이터라고 한다.
후생성은 전세기편 귀국자의 경우 증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전원 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1~3편으로 귀국한 사람 중 잠복기를 고려한 건강관찰 기간에 증상이 없었던 사람은 기간 종료 후의 검사에서 1명을 제외한 540명이 음성으로 나왔다.
또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한 명 있었지만 검출된 바이러스가 음성에 가까울 정도로 적었다.
후생성은 이 검사 결과를 확실한 역학적 증거로 삼아 집단 감염자 10명이 처음 확인된 지난 5일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의 잠복기 시작 시점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지난 5일 이후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쏟아졌지만 새롭게 감염이 확산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일본 당국은 그간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사람들이 지낸 시설에서와 같은 감염 방지 대책을 지난 5일부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도 적용했다고 밝혀왔는데, 그 이후로 확인된 감염자들은 모두 그 전에 코로나19에 걸려 잠복기를 거친 사람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는 18일에도 추가로 88명의 감염자가 확인되는 등 지난 5일 이후로 거의 매일 감염자가 나오다시피 했다.
18일까지 집계된 감염자 수는 총 승선자(3천711명)의 14.6%에 해당하는 542명이다.
이 수치는 검사를 마친 2천404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고, 미검자가 1천307명이나 남아 있어 전체 감염자 수는 더 늘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감염방지 조치를 취하기 전 단계에서의 감염이 발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요코하마항으로 들어온 이후 일본 당국이 시행한 검사에서 감염이 확인된 승객은 첫 집단 감염자 10명이 발표된 지난 5일 이전에 감염된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겠다고 가장 먼저 나선 미국을 비롯해 사실상의 자국민 '구조작전'에 나선 나라들은 일본 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전세기편으로 귀국시킨 자국민을 우한에서 돌아온 경우와 마찬가지로 14일간 격리하기로 했고, 19일 대통령 전용기편으로 일본인 배우자를 포함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 7명을 대피시킨 한국도 같은 기간의 격리 관찰을 선택했다.
자국 승선자 이송을 준비 중인 호주, 대만 등도 14일간의 추가 격리 방침을 밝히는 등 일본 관할로 들어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내에서 감염 확산을 막았다는 일본 정부 견해를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지난 16일 CBS-TV 인터뷰에서 "선내의 감염력을 보면 '핫스폿'(감염원)에 있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서 미국 정부가 취한 14일간의 추가 격리 조치가 타당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USA투데이 인터뷰에선 일본 정부의 선상 격리가 불합리한 생각은 아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선내 감염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실패한 검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19일 전세기편으로 약 200명을 대피시키는 호주 보건부 관계자는 "선내에서 최근까지 감염 사례가 나와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고, 대만 당국은 "일본 검사기술을 신뢰하지만 코로나19의 전염력이 강해 격리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대만 사회와 승객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추가 격리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전문가들도 음성 판정자들에 대한 추가 격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감염대책 전문관을 지낸 나카지마 가즈토시(中島一敏) 다이토문화대 교수(감염학)는 "미국, 호주 등의 대응은 크루즈 선내에서 격리된 상태에서의 감염을 상정하고 있다"면서 잠복기로 설정된 14일 동안 새로운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즈노 야스다카(水野泰孝) 글로벌헬스케어 클리닉 원장도 선내에서의 감염이 철저하게 봉쇄됐는지 의문이라며 각국의 추가 격리 조치에 공감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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