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바이러스 취급당하는 중국인들…경찰, 수사 착수

입력 2020-02-19 15:59  

영국서 바이러스 취급당하는 중국인들…경찰, 수사 착수
中학생에 욕설하며 돌던지기까지…"공격 우려로 마스크도 못 써"
NYT "바이러스보다 공포가 빨리 확산…아시아계, 심한 경계대상 돼"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과 공격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영국의 중국인 사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가해지는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부 사우샘프턴에서는 이달 3일 한 남녀가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 학생들에게 돌을 던지며 '재수 없는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설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중국인 여학생은 길을 가다가 한 남성이 자신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빌어먹을 바이러스"라고 외치는 일을 겪었다.
또 중국인 음식점 직원에게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소리치고, 포츠마우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버스 탑승을 거부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사건들은 모두 이달 초 사흘 동안 사우샘프턴 중국 협회(CAS)에 신고된 내용이다.
이밖에 CAS에 신고는 안됐지만 포츠마우스의 한 학교에서는 다른 학생들이 중국인 학생에게 소리를 질러서 교장이 전체 학생에게 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경찰 당국은 "무지나 편견, 증오 범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해당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마이클 응 CAS 회장은 "이곳에 24년 거주하는 동안 가장 심각한 수준의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대기오염이나 여러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만 지금은 공격당할까 봐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우샘프턴대학에서는 중국을 다녀온 학생이 몸에 이상징후를 느낀 후 진찰 결과 코로나19 음성으로 나오자 중국인 학생과 학교 측이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게시하기도 했다.
지난주 이 지역 한 학교는 중국에 다녀온 학생 가족이 감염 증상을 보이자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사흘간 학교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럽에서 코로나19 질병보다 이에 대한 공포가 더욱 빨리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진단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한 남성은 '슈퍼 전파자'라고 알려지면서 일거수일투족이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한 스키 휴양지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몇건 나타나자 이용객이 급감했다.
또 독일 확진자의 자녀들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는데도 학교에서 등교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해도 유럽 전체에 확진자는 42명으로 2천명 이상 사망한 중국과 비교하면 경미한데도 공포 자체가 전염되고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협력해야지, 서로 혐오해서는 안된다"며 "가장 심각한 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서로 등을 돌리게 하는 혐오 감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보건부 대변인은 "바이러스를 빌미로 특정 그룹이나 개인에게 낙인을 찍어 적대시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aayy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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