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격리·조기 치료료 4대도시 중 확진자 최소…완치율도 전국 최고
연휴연기 등 민감한 결정 선도…상하이시장, '소방수'로 후베이성 투입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경제 중심 도시 상하이가 '모범생'으로 꼽히고 있다.
수도 베이징은 중국 4대 도시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대처에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 등 지방정부들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19일 중국의 각급 정부의 공식 발표를 종합하면, 전날 상하이직할시, 하이난성, 칭하이성, 구이저우성, 시짱(티베트)자치구, 신장자치구, 랴오닝성, 간쑤성 8개 성(省) 행정구역에서 신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인구가 2천600만명에 이르는 거대 경제권인 상하이에서 새 확진 환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점에 특히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에서는 상하이가 코로나19 대처 '모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오전 8시 집계를 기준으로 중국의 초대형 도시를 일컫는 '1선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4곳의 누적 확진 환자는 각각 387명, 333명, 339명, 416명으로 상하이가 가장 적다.
누적 확진자 중 완치돼 퇴원한 이들의 비율은 상하이가 53%로 중국 전역에서 가장 높다. 전국 평균인 19%의 거의 세 배에 가깝다.
이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의료 여건이 열악한 우한의 11%의 거의 다섯 배에 달하는 것이다.
주요 비교 대상인 베이징, 광저우, 선전의 완치 퇴원율은 각각 32%, 42%, 39%다.
상하이에서는 지금껏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도 단 한 명만 발생했다. 반면 수도 베이징에서는 4명이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상하이발 기사에서 "상하이의 높은 치료율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다른 지방에 '롤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하이시의 환자 완치 비율이 크게 높은 것은 환자를 조기에 효과적으로 발견해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부터 치료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하이 공공위생센터의 루훙저우(盧洪洲) 교수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의사들을 동원해 환자들을 치료했다"고 밝혔다.
다른 도시들보다 신속하고 강력했던 '우한 방문자' 조기 격리 정책도 환자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됐다는 지적이다.
상하이시는 주요 도시 중에 가장 먼저 관내에 최소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집중 관찰 시설'을 마련한 뒤 2주 내 우한 방문 이력자들의 경우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예외 없이 데려다 수용시켰다.
많은 인력과 재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이런 정책은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상하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베이징 등 다른 많은 도시는 우한 방문 이력자들을 대체로 자택이나 자체 숙소에서 스스로 격리 생활을 하도록 요구하다가 뒤늦게 '집중 관찰 시설' 운영 비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지방 관리들 사이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눈치보기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서도 상하이는 사태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민감한 정책 결정을 주도적으로 내려 주목을 받았다.
많은 지방 정부가 중앙의 결정이 내려오기만 기다리고 있을 때 상하이시는 가장 먼저 일반 기업의 춘제 연휴 추가 연장, 기업 업무 재개, 3월 이후 학교 방학 연장 등 결정을 내렸다. 이후 여러 다른 성급 지방정부들이 상하이시의 결정을 그대로 뒤따르는 경우가 반복되곤 했다.
상대적으로 투명한 정부의 정보 공개도 중국의 다른 지역과 눈에 띄는 차이다. 상하이시는 매일 오전 전날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 환자의 거주지와 주요 동선을 인터넷으로 공개한다. 매일 오후에는 시 방역 지휘부가 매일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방역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전달 중이다.
과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도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의 대처 방식이 비교 대상이 되곤 했다. 당시에도 상하이는 적극적인 정보 공개를 통해 시민들의 동요를 막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사스 사태를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상하이 시장은 한정(韓正) 현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다. 그는 '상하이방' 계열로 분류됐지만 최고지도부의 일원으로까지 승진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들어서는 잉융(應勇) 상하이 시장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인 후베이성 당 서기로 전보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 인사로 평가되는 잉융이 '소방수'로 뽑혀 투입된 것은 상하이시의 대처가 중앙으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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